중도보수를 표방한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공동대표 박효종ㆍ이영훈ㆍ차상철)이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최종 편집본에서 5ㆍ16 군사쿠데타를 ‘5.16혁명’으로 표현하고 유신체제를 찬양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교과서포럼은 4.19는 혁명이 아닌 학생운동으로 격하시키고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축소했으며 전두환 정권을 ‘발전국가를 계승했다”고 긍정 평가하는 등 기존 교과서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편집본은 5ㆍ16에 대해 “당시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인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주도할 새로운 대안적 통치집단 등장의 계기가 된 사건”이며 “군사정부는 강한 추진력으로 경제발전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고 썼다. ‘10월 유신’은 “종신집권을 보장하는 체제이지만 행정적 차원에서는 국가적 과제 달성을 위한 국가의 자원동원과 집행능력을 크게 제고하는 체제”라고 해석했다.
현재 고등학생용 일반 역사교과서는 5.16을 ‘군사정변’이라고 기술하고 있으며 유신체제는 “헌법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제로서 한국식 민주주의란 구호를 내세운 독재체제”라고 평가했다.
교과서포럼은 그러나 4.19 혁명을 4.19 학생운동으로 표기하면서 “이를 계기로 학생운동이 견제되지 않은 권력으로 등장하고 좌파가 학생운동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고 평가절하했다. 5.18은 광주민주화 항쟁이라고 표기하고 원인을 중앙권력으로부터 소외된 광주지역의 분노가 누적된 데서 찾았으며 “한국사회에 반미급진주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1980년 ‘서울의 봄’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강경파 군부 개입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기술했다.
교육계 등은 이에 대해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가 특정 정파의 이데올로기 도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며 “더욱이 5ㆍ16과 10월 유신 등은 현대사라는 점에서 평가가 신중치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교총 한재갑 대변인은 “학생은 물론 교사들이 받아들이기에도 어려운 구석이 있다”며 “역사 교과서는 학계에서 충분히 공론화한 다음 합의점을 찾아 만들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라이트 계열의 다른 단체들도 말을 아끼거나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는 “5ㆍ16을 ‘혁명’으로 표현하는 등 유신의 긍정적 측면만 강조한 부분이나 ‘광주 민주화 운동’ 등에 대한 평가는 뉴라이트 일부의 의견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며 “이들 문제는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교과서포럼이 만든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가장 칭찬 받은 국가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주도한 인물로 기술했다. 독재체제의 결정판으로 비판 받는 10월 유신도 조국 근대화를 완성하려는 개인의 숭고한 욕구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꽃피운 것은 분명 아니다’고 썼다. 다만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이승만 대통령에서 출발하고 있다’며 당시 상황에서 시장 자본주의를 택한 이 대통령이 북한의 김일성 전 주석보다 우월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는 ‘박정희 후계자’로 후한 점수를 줬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 ‘발전국가를 계승했다’는 것이다. ‘12ㆍ12 사태나 5ㆍ18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책임 등 비판은 담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문민정부라며 담담히 표현하면서도 금윰실명제 실시를 ‘사회적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라며 좋게 평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경제개혁 조치를 취했다’는 등 외환위기 극복에 대한 언급이 많다. 그러나 ‘6ㆍ15 남ㆍ북공동선언’이나 햇볕정책은 단 한 줄도 적혀 있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386 운동권을 대변하는 소수 정치세력에 속했던 노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밝히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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