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내달 중 열린우리당 탈당을 결심함에 따라 이후 구상과 정국변화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의 여당 탈당은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탈당이래 대통령의 탈당은 임기 말이면 늘 있던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기를 1년3개월이나 남겨둔 시점에 본인의 선택에 의한 탈당이라는 점에서 파워게임에서 밀려 당적을 버렸던 과거와는 다르다.
노 대통령이 탈당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당, 특히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다. 차기 대권이나 당권에 목숨을 건 이들이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반감이자 배신감이다. 한 참모는 “김근태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란 인사들을 봐라. 하나같이 대권, 당권 등 권력욕에 사로잡혀 노무현 때리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현역 의원으론 가장 먼저 자신을 지지했던 천정배 의원조차 신당창당을 주장하며 대통령 흔들기에 가세한 데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처리 무산, 김 의장의 청와대 만찬 거부,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둘러싼 당청갈등이 불거져 결정타가 됐다.
일부 친노 직계의원이 탈당을 강하게 만류하겠지만, 이번에는 되돌리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1월 유시민 의원 입각 등에 대해 당이 반발하자 “차라리 헤어지자”고 했다가 친노 중진들의 만류에 뜻을 접은 적이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정계개편 등 격량에 밀려 쫓겨나느니 차라리 탈당을 주도적으로 결행, 돌파구를 찾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탈당 후 내각과 비서실 개편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이나 한나라당과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되나 참모들은 “현실성이 없다”는 쪽이다. 한 참모는 “우리가 거국내각을 만들고 싶어도 정치권이 받아들이겠느냐”며 “중립적인 인사를 기용해 그야말로 국민과 대화하며 국정에 전념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한명숙 총리와 유시민 복지부 장관 등 당에서 온 일부 각료는 잔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탈당과 청와대, 내각 정비로 힘을 추스른 뒤 북핵 문제, 한미FTA협상, 부동산 등 정책관리에 집중해 임기 말 반전의 승부수를 띄운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아무리 초당적 국정운영을 선언한다 해도 정치권이 순순히 협조해 줄 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정치권과 끊임없는 긴장과 대립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이나 권력의지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면 국정 과제들은 지금도 이해관계가 엇갈려 해법은 물론 절충안마저 찾기가 쉽지않다. 야당의 공세는 물론이고, 활로모색을 위한 여당의 대통령 때리기도 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지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낮은 지지율에다 임기 말이라 힘도 떨어져 노 대통령의 바람대로 홀로서기 국정운영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는 것은 이런 정황 때문이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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