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판매의 허울을 쓴 금융 사기조직 제이유그룹의 정관계 로비의혹이 확산됐다. 청와대 사정비서관 가족이 제이유와의 거래 대가로 11억원의 특혜수당을 받은 의혹에 이어 서울지검 차장검사가 제이유 측과 술자리를 갖고 그 누나가 수천만원의 돈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제이유에서 직접 돈을 받거나 투자 명목으로 거액을 챙긴 경찰 간부 여러 명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정황에 비춰 검찰총장이 사상최대의 사기사건이 될 수 있는 만큼 검찰력을 총동원,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은 당연한 듯하나 새삼스럽다. 힘깨나 쓰는 검찰 출신 사정비서관과 검찰 요직 인사가 의혹의 전면에 부각된 마당에는 스스로 자세부터 가다듬고 국민에게 의혹 규명을 다짐할 일이다.
로비의혹이 일찍부터 제기된 사실을 기억하는 국민은 검찰이 이제야 요란하게 수사 의지를 과시하는 것조차 마뜩찮게 여긴다는 걸 알아야 한다.
피해자 34만 명에 피해액 4조6천억원에 이르는 이 사건을 전문가들은 애초 다단계판매를 위장한 희대의 금융사기로 규정했다. 또 정관계 유력자들이 갖가지 형태로 제이유와 관계를 맺은 의혹이 널리 알려졌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관계 비호세력을 언급한 국가정보원의 정보보고는 무성한 소문과 첩보를 확인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제이유의 사기극을 진작에 차단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은 유착관계의 정관계 인사들이 방패 역할을 한 탓도 있겠지만 청와대와 검찰 등의 사정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잘못이 훨씬 크다.
실제 제이유의 사업형태와 사회관행에 비춰 의혹에 연루된 공직자들은 직접 불법 특혜나 비호를 제공하기보다 든든한 울타리 노릇을 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명백한 범죄혐의를 밝혀내기 쉽지 않을 듯하다.
물론 이들의 도의적 책임까지 철저히 문책해야 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비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황당무계한 사기극을 사실상 방조한 공조직의 과오는 가려질 우려가 크다. 검찰부터 스스로 반성하는 자세로 사건 전모를 규명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