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해외시장의 확보, 제도의 선진화 및 외국인투자의 촉진이 가장 핵심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멕시코가 앙숙 관계에 있던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것도 도탄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외국 자본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 외국인투자에 이중잣대 적용 말자
외국인투자의 중요성은 새삼스럽게 되풀이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에 대한 편향적인 시각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적잖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3일자 한국일보에 게재된 이해영 한신대 교수의 칼럼을 보더라도 한ㆍ미 FTA 투자챕터와 관련하여 우리 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거둬들인 평가차익의 과다함을 국부 유출의 문제로 적시한 후, 투자자-정부제소권 조항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먼저, 우리 증권시장은 1990년대에 이미 완전 개방되어 한미 FTA 협상에 의하여 추가적으로 개방되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증권시장에서 작년 한해 50.9%의 수익률로 87조원의 시세 차익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같은 기간 우리 국민들이 61.5%의 수익률로 150조원을 번 것에 비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갈수록 국제 금융시장이 밀접하게 연계되고, 많은 나라와 유수의 기업들이 외국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정당하게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것을 죄악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러한 접근은 우리 국민이나 기업이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 투자하여 수익을 거두는 것과 차이가 없는데도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문제도 있다.
또한 한ㆍ미 FTA 투자챕터에서 논의되고 있는 투자자-국가 간 분쟁제도를 무조건 독소조항으로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 많은 나라들이 투자협정과 FTA 등에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 절차를 채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해외에 투자진출하고 있는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에도 도움이 되고,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투자환경 조성을 통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투자자-정부제소권 조항, 투자 유치에 득
이러한 절차의 도입에 반대하는 측은 국제중재절차가 강대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힘의 논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해질 것이라는 점을 주요 이유 중의 하나로 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재판이 국적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법률이나 국제협정의 기본원칙과 법적 논리에 충실히 기초하여 유권해석을 내리는 것과 똑같은 이유에서 국제중재도 당사자들의 힘의 차이에 좌지우지된다고 볼 수 없다.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과정에서 우리가 미국을 상대로 수차에 걸쳐 승소한 것만 보아도 그러한 주장은 아무 근거가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NAFTA에 따른 투자자-국가 분쟁에서 가장 패소를 많이 당한 캐나다 정부가 오히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자국내 규제당국이 차별적인 관행을 철폐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이를 적극 지지하는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한수ㆍ외교통상부 FTA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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