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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이병헌 "스무 살의 '달뜬 놈'으로 바꿔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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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이병헌 "스무 살의 '달뜬 놈'으로 바꿔버렸죠"

입력
2006.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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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이병헌(36)은 인터뷰 도중 오렌지 주스를 마셨지만 그에겐 에스프레소가 더 잘 어울려 보였다. 그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중독> 등에서 보여준 사랑 연기는 달콤함보다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커피처럼 순수하고 진한 향기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개봉하는 <그 해 여름> (감독 조근식)에서도 이병헌은 치밀한 분석과 섬세한 감성의 여과 과정을 통해 20대 초반의 순수한 사랑, 또 그것을 30여 년 동안 간직해 온 진한 사랑을 추출해낸다.

“<그 해 여름> 은 다소 구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이 주는 아스라함을 담고 있어요. 그런 느낌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죠.” <달콤한 인생> 이후 1년 반 만에 선택한 작품치고는 소박하다고 하자 그는 “느낌이 와 닿은” 시나리오를 택한 것이라고 했다. <그 해 여름> 은 노(老)교수 윤석영(이병헌)이 가슴 속에 묻어둔 첫사랑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의 멜로 영화. 1969년 모든 일에 심드렁한 대학생 석영은 농촌봉사활동에서 시골 도서관 사서 정인(수애)을 만나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월북한 아버지를 둔 정인의 가족사와 시대상황은 둘의 사랑을 가로 막는 벽이 되고 만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두 사람의 사랑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지만, 그 가운데 수 놓여진 것은 그들의 풋내 나는 사랑이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석영이 냉소적이고 어두운 구석이 있는 인물이었죠. 하지만 20대 초반에 사회나 이념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하기란 어렵잖아요. 그 나이에 걸맞은 ‘열’(熱)을 보여줄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죠.” 촬영 전 한 달 반 동안 감독과 캐릭터에 대해 토론을 벌인 그는, 멜로 공식에 맞춘 전형적인 인물보다는 그 시대, 그 나이에 있을 법한 ‘달뜬 사람’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영화 속 시골 풍경보다 석영이란 인물이 더욱 싱그럽게 보이는 건 이런 그의 노력 덕분이다.

그는 상대 배우 수애에 대해 “감수성이 뛰어난 배우다. 함께 연기하는 장면에서 제 감정을 살리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칭찬한다. 이는 그가 인상적이라고 꼽은 장면을 보면 공치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석영은 자신 때문에 고초를 당하고 출감하는 정인에게 ‘배 고프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게 전부예요. 둘 다 감정을 쏟아냈다면 아마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해서 절제한 것이죠.” 이병헌과 수애가 상대를 바라 보는 그렁그렁한 눈빛은 백 마디 대사보다 서로에 대한 위로와 사랑을 응축해 전달해 준다.

이병헌의 감성 연기가 빛나는 <그 해 여름> 은 일본에 400만 달러에 선(先) 판매된 상태. 지난 주에는 1,500여 명의 일본 팬들을 위한 시사회가 열려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넌지시 배용준의 <외출> 처럼 국내보다 일본 반응이 더 뜨거운 거 아니냐고 물었다. “저는 ‘한류 스타’이기 이전에 항상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예요.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그것으로 인정 받으면 고마울 따름이죠”라고 선을 긋는다.

이처럼 이병헌은 제작자와 매니저의 몫과 배우의 몫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아는 영민한 배우다. 영화 속에서 눈빛 하나로 2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세월의 깊이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처럼. “그거 조근식 감독의 평이잖아요. 같이 작업한 감독에게서 그런 말 들으면 오히려 낯간지럽던데….” (웃음)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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