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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삶 붕괴 직전… 정부는 외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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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삶 붕괴 직전… 정부는 외면만”

입력
2006.11.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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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서울꺼정 가겄슈? 답답해서 그러쥬. 피 같은 세금만 받아 챙기는 정부는 농민 목소리에 귀 막고 눈 감았다니께유.”

경찰은 29일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2차 국민대회를 원천봉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성난 농심(農心)은 서울로 몰려들 태세다.

28일 충남 부여군 홍산면에서 만난 이모(37)씨는 서울에 꼭 올라갈 것이라 했다. “여론이 폭력 시위에 반대하는데 왜 또 거리에 나서느냐”고 묻자 한미 FTA가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농민들의 숨통을 아예 끊어 놓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2,3년 전만 해도 농사 좀 크게 짓는 사람들은 ‘왜 저리 떼를 쓰냐’면서 시위대를 비웃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이들도 시위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쌀 농가만 따져보면 2004년 추곡수매제가 폐지된 이후 30%정도 소득이 줄었다. 생산비는 갈수록 오르는데 쌀 가격은 떨어져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이씨는 “이 상태로 한미 FTA를 체결하면 값싼 미국 쌀이 밀려들어 쌀 농사 지을 사람 아무도 없게 된다”며 “우리 먹거리를 모두 미국이 지어줄 날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말대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라면 농민 생활도 나아져야 하는데 현실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농민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마을의 박모(43ㆍ여)씨는 “농촌 상황이 궁금하면 부여 읍내 장에 한 번 가보라”면서 “예전에는 볼 수 없던 노점상이 골목마다 꽉 차 있다”고 했다. 밑지는 장사인 농사에서 손을 뗀 농민들이 무작정 손수레 하나 끌고 길거리로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농민의 원성이 폭발 직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그만 관심을 보여줬어도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이 마을 사람들은 서울에 서 정부에 뭔가 보여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젊은 사람들 말리고 다니던 동네 어르신들도 이제는 서울 간다는 판”이라며 마을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정부의 집단폭력 행위 엄단 선언이 무색해질 만큼 농촌의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였다.

부여=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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