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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나라, 윤리위는 이럴거면 뭐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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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나라, 윤리위는 이럴거면 뭐하러

입력
2006.11.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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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인명진 목사를 영입해 당 윤리위원장에 앉힌 것이 10월25일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인 목사 영입을 발표하면서 '칠고초려'라는 거창한 표현을 썼다. 황우여 사무총장이 인 목사를 데려오기 위해 수 차례 예배를 함께 봤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그날 임명식 장에선 "오늘은 한나라당이 새 출발하는 날이다","거대정당을 청소하기 위해 인 목사에게 외주를 줬다","한나라당의 윤리가 이제야 제대로 자리 잡힐 것 같다"는 공치사 겸 다짐이 쏟아졌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그날의 장려한 수사는 "역시 한나라당이 그렇지 뭐"라는 비아냥거림의 소재가 되고 있다.

윤리위는 당 유력 대권 주자들간의 힘겨루기 장이 돼버렸다. 윤리위원 10명은 정확히 반반씩 갈라져 있다고 한다. "인 목사가 특정 대권주자와 친하다", "그렇지 않다"는 논란도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광주 해방구' 발언 등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김용갑 의원 징계 건은 "사회봉사활동을 일단 지켜보고 징계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어정쩡한 결론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추상 같은 징계로 한나라당을 바꾸겠다"던 인 위원장의 첫 작품치곤 정말 쑥스럽다.

인 위원장과 윤리위원들의 감정싸움도 도를 넘고 있다고 한다. 윤리위 회의에선 "위원장이 도덕적 우월감에 젖어 현실감 없는 얘기들만 쏟아낸다","한나라당을 위해 나를 희생하고 들어왔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는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의원들이 회의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광경도 심심찮게 목격된다고 한다.

의원 한명을 징계하는데 무슨 사연은 그렇게 많고, 시간은 오래 걸리는지 정말 보기에 짜증 나는 블랙 코미디다.

이동훈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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