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법시험 3차 면접시험에서 사상 최다인 7명이 탈락했다. 처음 도입한 심층면접제도로 인해 유명무실했던 3차 시험의 기능이 회복됐다는 평가지만 일부 질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올해 사시 최종합격자 994명의 명단을 28일 발표했다. 2차 시험 합격자 1,002명 가운데 심층면접시험에서 7명(남 5명ㆍ여 2명)이 탈락했다. 이들과 3차 시험에 응시하지 않아 탈락한 한 명은 내년에 다시 3차 시험을 다시 볼 수 있다.
탈락자 가운데 2차 시험 성적이 100위권에 이르는 응시자도 있었다. 이 응시자는 심층면접에서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이유없이 주먹을 휘두르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맞받아치겠다. 법은 멀리 있고 주먹은 가까이 있다”고 대답해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용어인 물권과 채권의 차이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질문에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답한 응시자들도 탈락했다.
심층면접제도는 최근 10년간 단 한 명만 탈락해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졌던 3차 시험의 평가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됐으며 1차 면접에서 부적격자로 통보된 26명에 대해 이뤄졌다. 고위법조인 2명, 법학교수 2명, 심리학 교수 한 명이 ▦국가관 등 윤리의식 ▦전문지식과 응용능력 ▦의사발표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ㆍ품행 및 성실성 ▦창의력ㆍ의지력 5개 항목을 평가했다.
하지만 판ㆍ검사 임용 과정도 아닌 자격 심사에서 국가관을 문제 삼는 것은 시대 흐름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응시자는 1단계 면접에서 “주적(主敵)은 미국”이라고 답했다가 심층면접에서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번복해 탈락을 면했다. 다른 응시자는 “북핵은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가 역시 심층면접까지 치러야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시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질문 내용과 합격 여부 등은 전적으로 시험위원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며 “탈락자 7명 대부분은 전문지식이 부족했으며 국가관 항목에서 미달해 탈락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사시 최고 득점자는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 출신의 박정은(26ㆍ여)씨였다. 최고령 합격자는 노동운동 경력의 김재용(46)씨, 최연소는 최승호(21ㆍ연세대 법대 재학)씨였다. 여성 합격자는 375명(37.73%)로 지난해 32.37%에 비해 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합격자 명단은 한국i닷컴(www.hankooki.com).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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