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불모지인 카타르의 야구장, 그것도 대회를 위해 급조한 ‘간이 운동장’이라면. “과연 야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다.
야구와 소프트볼이 벌어지는 카타르 도하의 알 라얀 스포츠클럽 구장. 대회가 끝나면 철거되는 ‘1회용 구장’이라고 깔보면 안 된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변변치 못한 점이 있다. 외야의 백스크린은 ‘검은 천’으로 돼 있다. 강한 바람에 찢길 것을 우려해 천에는 군데군데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200석 규모의 관중석에 수동식 스코어보드는 한국에서는 ‘코미디’지만 오히려 한국 야구장보다 나은 점도 있다.
일단 그라운드.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야구장을 만들었던 팀이 설계했다. 프랑스에서 수입한 구운 흙이 사용됐다. 잔디 또한 수준급이다. 골프 클럽에서 키운 잔디를 떡판 떼듯 붙여놓았다. ‘수비의 달인’ 박진만이 “그라운드만 놓고 보면 한국보다 낫다”고 평가했을 정도.
선수들 편의시설도 훌륭하다. 보통 선수단 라커는 원정팀과 홈팀 등 2개 정도만 마련돼 있지만 알 라얀 스포츠클럽에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6개국의 라커가 전부 따로 지어졌다. 당연히 라커마다 ‘빵빵한’ 에어컨 바람이 나온다.
야구 불모지인 카타르가 잠시 동안이나마 수준급의 야구장을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은 한국인 매니저들 때문이다. 아시아소프트볼연맹 사무국장 출신인 임철환씨,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구덕구장 매니저를 맡았던 정승환씨, 호서대 교수이자 소프트볼 감독인 장남제씨가 6개월 전부터 야구장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펜스의 색깔과 높이, 야구장 규격 등 모든 것이 이들에 의해 다듬어진 셈. ‘오일 달러’와 한국 전문인력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어디 내놓아도 손색 없는 ‘1회용 야구장’을 탄생시킨 것이다.
도하(카타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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