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정부ㆍ여당을 믿고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하겠습니까?"
공정거래위원회가 다른 경제부처는 물론 전문가들과의 수개월간의 협의를 바탕으로 마련한 대기업 지배구조 완화 방안이 일부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원점회귀 하면서, 여권에 대한 재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재계는 올 7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방선거 참패이후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뉴딜정책'을 제시하는 등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폈다가 돌연 발목을 잡고 나선 것에 대해 실망감을 넘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시 김 의장은 경제단체장을 잇달아 만나면서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의 폐지 또는 대폭 완화를 당근으로 제시하며, 재계도 투자확대로 화답할 것을 요구했다.
재계가 가장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출총제 등과 관련해 냉탕, 온탕을 왔다갔다하는 등 여당 내부의 정책혼선. 여당은 이 달 15일 1차 당ㆍ정 협의에서 출총제 대상을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내 2조원 이상 중핵기업으로 완화하고, 순환출자 규제는 도입하지 않은 것을 골자로 한 정부 개정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계열사에 대한 출자한도 상향 조정(25%→40%) 등 정부의 규제완화 방안으로 대기업들의 출자여력이 33조원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전경련 회장단은 최근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 및 고용의 확대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출총제 완화방안이 발표된 지 불과 2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일부 의원들이 순환출자규제 카드를 제기하자 재계는 '과연 이런 여당을 믿어도 되는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현안에 대한 여권의 입장이 중구난방인 상황에서 상법개정안, 노사관계 로드맵, 투자활성화 및 기업환경개선 관련 법률안이 제대로 입법화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갈등도 기업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분양가 인하의 핵심대책으로 부각되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청와대는 이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재경부는 공급위축을 우려, 이의 도입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당도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의원 개인마다 정제되지 않은 주장을 펴는 백가쟁명식 대책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참여정부와 여당이 대기업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것은 알고 있지만 관련부처와 여당 정책위의장이 어렵게 합의한 정책을 막판에 뒤흔드는 것은 여권의 반기업적 입장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무는 "기업들이 안 그래도 불안해 하는 데 여권의 갈등 으로 어렵게 합의한 출총제 개정안마저 원점으로 돌아가 어이가 없다"며 "기업들이 이번 사태로 내년 투자 계획을 못 세우고 있는 만큼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도 하루 빨리 정부안대로 확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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