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명문대학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몸 담게 된 학교가 20년이 됐습니다. 20년 뒤에는 세계 20위권에 드는 명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2월 3일 창립 20주년을 맞는 포스텍(포항공대)의 박찬모 총장이 28일 기자들을 만났다. 박 총장은 1986년 포스텍 설립 당시 미국 대학교수로 재직하다 귀국한 12명의 ‘워싱턴 마피아’ 중 한 사람. ‘워싱턴 마피아’란 박태준(포스코 명예회장) 설립이사장이 해외 중견 교수를 겨냥해 재미한국과학기술자협회를 창구로 삼아 정년 70세, 연금 별도지급 등 파격적 대우를 보장하며 모집한 포스텍 창립 교수들을 일컫는 말이다.
김호길 초대 총장을 비롯한 창립 멤버들은 소규모로 우수한 연구성과를 내는 캘리포니아공대를 모델로 삼아 포스텍을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정착시켰다. 수업료 면제, 전원 기숙사 제공 등 학생들에 대한 전폭적 지원으로 개교 원년 신입생들의 학력고사 점수 평균이 300.6점(340점 만점)에 달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박 총장은 “세계 20위권 대학으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는 결코 헛된 망상이 아니다”라며 “영국의 더 타임스가 실시하는 세계대학평가에서 포스텍의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지수는 세계 25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엄격한 승진 조건, 70%(225명 중 161명)에 불과한 교수 정년 보장 비율, 교수들 사이 7배까지 차이가 나는 성과급 제도 등 경쟁적인 시스템이 이와 같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포항에 위치한 사실이 포스텍이 국제적으로 부상하는데 발목을 잡는 한계가 되고 있다. 해외 정상급 연구자들과 교류하기에 물리적으로 너무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박 총장은 “포항을 연구개발특구로 지정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며 “외국인들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세제 혜택을 노린 기업들이 몰리도록 하면 포스텍은 질적으로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텍은 12월 1일 박태준 명예회장 등 교내외 인사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교기념식을 갖는다. 기념식에서는 200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데릭 맥키넌 미국 록펠러대 교수에게 제1호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며, 대학 발전 유공자들에게 감사패를 준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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