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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자갈치시장 아지매 "우린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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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자갈치시장 아지매 "우린 어디로…"

입력
2006.11.2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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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재개장… 인근 공원화 방침에 노점상 철거 위기

"이제는 우째 살라꼬…."

28일 전국 최대 수산물 시장인 부산 자갈치시장. 팔딱이는 횟감과 1,000원짜리 한장을 깎으려는 손님, 행인을 부르는 좌판 할머니의 고함소리 등 시장풍경은 전과 다름없이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속내는 전혀 달랐다. 고래고기를 팔던 김인순(82) 할머니는 "17세이던 한국전쟁때 황해도에서 남한으로 넘어와 여태껏 자식들 키우며 청춘을 다 바친 이곳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하니 잠도 안 와. 철거되면 장사를 관둬야지 어쩌겠어"라며 긴 한숨을 토해냈다.

자갈치시장의 명물로 알려진 노점상이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최근 현대식 건물로 새 단장한 자갈치시장이 다음달 1일 재개장하면서 주변 연안에 대한 공원화 사업도 함께 추진돼 이 일대 500여 노점상에 대한 철거작업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부산 중구청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총사업비 60억원을 들여 자갈치시장 주변인 남포동 건어물시장~서구 충무동 물양장에 이르는 770m 구간에 대해 해안도로와 친수공간 등 연안정비사업이 본격 시행된다.

중구 관계자는 "현대화된 자갈치시장 주변에서 각종 문화공연이 펼쳐지는 등 고급스러운 해안 관광지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노점상 철거는 불가피하다"며 "수산물의 비위생적인 관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어쩔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자갈치 아지매'들의 반발도 거세다. 자갈치시장 노점상 단체인 '자갈치시장이웃연합회'는 23일 부산시청을 방문, "자갈치시장이 전국적인 명소로 유명해진 것은 좌판에서 일해 온 노점상의 역할도 큰데 아무런 생계 대책 없이 ?겨 날 수 만은 없다"고 항의했다.

연합회 김말출(74) 회장은 "구청이나 시가 신축 자갈치시장 인근의 물양장 4,000여평 중 일부를 임시 대체부지로 지정해 자갈치 아지매들의 생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이대로 그냥 물러설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노점상의 경우 사실상 도로를 무단 점용한 채 불법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기관 차원의 보상은 의문"이라면서도 "구청 등과 대책 마련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29일 행정부시장 주재로 관련 대책회의를 열기로 해 자갈치시장 현대화에 따른 '자갈치 아지매'들의 이전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 지 주목된다.

부산=글ㆍ사진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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