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임명동의안 철회를 계기로 두달여 파행 운영된 국회가 정상 가동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요구대로 전 내정자 문제가 해결된 만큼 정상적으로 국회 일정을 진행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 한나라당도 시급한 민생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 처리 방침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일단 백기를 든 상황에서 여권을 더 몰아붙일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으므로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우리당과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연기하는 대신 주요 법안을 30일, 2007년 예산안을 12월9일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키로 합의한 게 지켜질 지 주목된다.
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29일 “한나라당은 약속대로 사법개혁 관련 법과 노사관계선진화법,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 등을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나라당도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협조하겠다는 분위기이다. 특히 민생 법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여야의 시각 차가 극명한 일부 법안에 대해서는 사학법 재개정안과 연계해 처리한다는 분리 대응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국방개혁안과 노사관계법 가운데 들어줄 만한 것은 들어주고 타협할 만한 것은 타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국방개혁안 중 군장비 현대화 관련법은 처리하되 병력 감축 관련법은 반대하겠다는 뜻이다. 또 사법개혁안 중에서는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는 법안은 통과시키되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관련법은 추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회에 계류된 2,985건의 법안 가운데 상당 부분은 남은 정기국회 기간 내에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회 정상화에 대해 섣불리 낙관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우선 한나라당 내에는 여전히 이재정 통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와 정연주 KBS 사장 등 ‘코드 인사’에 대한 철회를 주장하는 강경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이번 기회에 사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양보를 받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여야 재충돌의 불씨는 남아 있다.
여기에는 청와대의 ‘코드 인사’를 계속 부각시키는 대여 압박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아 나갈 경우 쟁점 법안 처리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들어있다. 따라서 여야가 큰 이견이 없는 법안들을 합의 처리된 뒤 사학법 재개정안을 포함한 나머지 주요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다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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