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7일 기민당(CDU) 전당대회에서 당수에 재선됐다. 단독 출마한 그에 대한 대의원들의 지지율은 2년 전보다 5%포인트나 높은 93%에 이르렀다.
압도적 지지율의 당수 재선에도 메르켈의 표정을 그리 밝지 못했다. 22일로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의 대연정으로 집권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자신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는데 연유한 듯했다.
집권 후 메르켈의 경제 및 외교 업적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경제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사민당 정권 시절의 고실업ㆍ저성장 상태에서 벗어나 확연히 살아나고 있다. 또 국제 외교무대에서 미국 및 러시아와 관계를 회복하고 유럽연합(EU)에서 제목소리를 내는 등 독일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같은 성적을 반영해주지 않고 있다. 집권 초반 한 때 80%를 넘었던 메르켈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달 30%대로 떨어졌고, 40%대에 달했던 기민-기사 연합에 대한 지지도도 최근 조사에서 29%로 하락했다.
메르켈은 이를 의식한 듯 전당대회에서 “나는 물리학자로서 날개가 공중에 날아오르게 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정치가로서 날개는 서로 협력할 때만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당의 단합을 호소했다.
메르켈의 외침은 기민당 뿐 아니라 대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기사당과 사민당을 향하는 것으로 보였다. 국민의 불만이 연정 내의 갈등으로 개혁정책이 지지 부진한 데 기인한다는 것을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우파인 기민-기사 연합과 좌파인 사민당은 노동시장 개혁과 건강보험 정책 등을 놓고 1년 내내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이로 인해 대연정으로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메르켈에게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같은 강력한 지도력을 기대했던 국민들 사이에서는 메르켈에 대한 회의론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부가가치세율 인상과 건강보험 개혁으로 개인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국민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집권 2년차를 맞으면서 메르켈의 정치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