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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화 공동체를 찾아서/(하)일본 도쿄도 세타가야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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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화 공동체를 찾아서/(하)일본 도쿄도 세타가야區

입력
2006.11.2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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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중심지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도쿄도(東京都) 세타가야(世田谷)구청 앞. 깔끔하게 정돈된 주택들마다 나무와 화초를 심은 화단이 딸려 있다. 주택가 한 블록을 지나자 벤치와 놀이시설을 갖춘 작은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세타가야구(區)가 자랑하는 쌈지공원(Pocket Park)이다.

세타가야구는 전체 면적 58㎢에 136개의 쌈지공원이 있어 ‘공원 천국’으로 불린다. 집을 조금만 벗어나면 가족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공간이 있기 때문에 굳이 공원을 찾기 위해 따로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

도심 분위기도 주택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16개의 녹지도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자동차 매연과 소음에 시달리지 않고 도심을 거닐 수 있다. 녹지도로는 너비 3~4m, 총 연장 20㎞에 달한다.

도로 옆엔 주변 환경에 맞춰 선택된 수십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세타가야구의 1인 당 공원면적은 3㎡로 일본에서 최고 수준”이라며 “각종 학교와 노인정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들이 녹지도로와 직접 연결돼 있어 노약자들이 교통사고 걱정 없이 통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타가야구는 1970년대만 해도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공해와 자연파괴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런데 주민들이 난개발을 거부하며 자체적으로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구청도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를 설치해 어린이 눈높이 환경 만들기, 복지마을 만들기 등의 테마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187개 소모임을 측면 지원했다. 이 사업의 대표적 성과는 평소 하수가 흘러 악취가 심하던 기타자와(北澤)천의 복원이다.

기타자와천은 170㎞나 떨어진 하수처리장에서 정수 된 물을 끌어오는 주민들의 노력 끝에 가재와 송사리가 노닐 정도의 깨끗한 자연하천으로 변모했다.

세타가야구에도 고민은 있다. 주거환경 개선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육성지원 대책 추진법’을 제정, 지방자치단체와 직원 300명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10년간 출산지원 행동계획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지자체와 기업들이 연도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부지원 감소 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세타가야구의 출산율은 0.80명(2005년 기준)으로 일본 평균(1.25명)에도 못 미친다. 아이를 가진 상당수 가정이 비싼 집값과 늘어나는 육아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계속 외곽지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간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도시’라는 오명뿐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원도 끊길지 모르는 ‘적색 경보’ 상황이다.

세타가야구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육아하기 좋은 구’를 기치로 각종 지원사업에 나서고 있다. 최신형 하드웨어(주거환경)에 걸맞은 소프트웨어(가족지원 전략)를 갖춰 명실상부한 ‘가족친화 도시’로 거듭나려는 것이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세타가야구의 전략은 FFP로 불린다. ‘주민들에게 무료(Free)로 전문가(Follow) 상담을 제공하고, 가정문제를 지역사회에 연결(Pass)해 해결하는’ 방식이다.

2005년 10월부터 시행 중인 ‘출산 후 지원’이 대표적 사례. 도우미 자격증을 가진 시민단체 회원이 출산 가정을 월 3회 방문, 세탁 요리 육아 등의 가사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청이 재정지원을 하기 때문에 비용은 무료다.

최근 육아 스트레스에 따른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지역 주민들을 활용한 아동학대 감시활동도 활발하다. 세타가야구는 지역 노인 70여명으로 아동학대 감시기구를 만들었다.

이 기구 회원 나카무라씨는 “초산부들이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녀를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사정에 밝은 노인들이 정기적으로 출산 가정을 방문해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청이 운영하는 방과 후 교실도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학교의 특별활동은 대부분 학년별로 실시되지만, 세타가야구는 이런 구분 없이 전 학년이 같은 공간에서 뛰어 놀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또래 집단과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회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05년 한해 동안 하루 4,357명 꼴인 128만명의 학생들이 방과 후 교실을 이용했다.

매월 3~5회 실시하는 ‘육아 칼리지’도 인기다. 이곳에선 기저귀 채우는 법부터 아이 혼내는 요령까지 육아에 필요한 사항을 빠짐없이 가르쳐준다. 2007년부터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0~15세 어린이들의 의료비를 전액 면제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애를 키우기 쉬운 보육아파트나 아동들이 놀기 좋은 곳을 표시한 지도를 만들어 주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가족친화 정책의 또 다른 타깃은 노년층이다. 세타가야구는 구청 시설물이나 회의실을 노인단체의 활동무대로 빌려준다. 현재 30여개의 노인단체가 구청 시설물을 가라오케 교실, 노래방 교실, 녹차 교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족지원부 다나카 부장은 “전후 베이비 붐 세대들이 내년부터 무더기로 정년퇴직을 하게 된다”며 “이들에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물과 노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용지원정책과 자원봉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타가야(일본)=글ㆍ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사진ㆍ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도요타의 '일·가정 양립' 경영

일본 아이치(愛知)현 도요타(豊田)시의 한 탁아소. 취학 전 아동 70여명을 맡고 있는 세계적인 자동차기업 도요타의 직원전용 탁아소이다.

저녁 11시30분까지 애를 맡길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퇴근이 늦어지더라도 맘 놓고 업무를 볼 수 있다. 네 살 난 딸을 이곳에 맡긴 사무직 직원 사또(35ㆍ여)씨는 “잔업으로 퇴근이 늦어질 때는 물론, 주말이나 휴일에도 맡길 수 있어 육아 부담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며 “간호사가 항상 대기하고 있어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병원에 갈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인구 40만명의 소도시이지만, 재정 자립도는 일본 전역을 통틀어 단연 1위다. 비결은 이 곳에 본사를 둔 도요타자동차. 인구의 70% 가량이 도요타자동차와 연관된 산업에 종사한다.

도요타가 고급 브랜드 ‘렉서스’를 앞세워 세계 제일의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한 것은 끊임없는 연구와 장인정신이 낳은 결과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일 또는 가정’이 아닌 ‘일과 가정의 양립’을 목표로 하는 가족친화 경영이 한몫하고 있다. 가족이 행복해야 기업경쟁력도 높아진다는 게 도요타의 경영철학이다.

도요타는 ‘여성인력 활용’과 ‘출산 장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육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본의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최고 1년이지만, 도요타는 2년을 보장한다. 아이들을 맘 놓고 보육원에 맡기려면 최소 2년은 직접 키워야 한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이렇다 보니 여성들의 육아휴직 후 복귀율이 100%에 육박한다.

도요타는 작년 말 대졸 사무직이 4년 이상 근속하면 자녀 양육이나 노부모 부양을 위해 잠시 쉬었다가 직무에 복귀할 수 있는 자동복직제를 도입했다. 우수 인력의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정년(60세)을 맞은 모든 사원을 전원 재고용하는 숙련 파트너제를 도입하는 등 고령인력 활용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기업은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국가 차원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폐해를 막을 수 있어 일거양득인 셈이다.

이 회사 사추히코 오기노 인사부장은 “급속한 고령화로 이제 더 이상 나이가 고령의 척도가 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기술과 능력을 모두 갖춘 고령인력은 도요타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도요타(일본)=안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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