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진로 상담을 하다 보면 대화 가운데서 세상의 흐름을 예민하게 반영하는 구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 구석은 내담자들이 원하는 직장이 수시로 변하는 것에서 감지된다.
최근 서울의 한 강연회에서의 일이다. 강의가 끝나고 한 젊은이가 질문을 했다. "저는 부동산 컨설턴트가 되고 싶습니다. 어디 갈만한 외국인 부동산 컨설팅회사 없나요." 이런 상담은 근래에 자주 받는 내용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 이전에는 이런 질문을 하는 젊은이들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부동산 열풍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한 몇 달새 일이다. 이전에는 마케팅, 홍보, 유통, 금융, 교육 등 분야의 직업을 문의했던 젊은이들의 취향이 변한 것이다. 부동산 한 개만 잘 사도 바로 떼돈을 버는 현실이 직업진로를 정하려는 젊은이들의 의식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 것일까.
"10년간 고생하면서 번 돈 이상을 강남의 아파트 한 채에서 몇 개월 사이에 벌었다"고 하는 한 직장인의 이야기는 노동의 가치를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게 한다. 노동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풍토가 지속되면 젊은이들의 근로 의지는 아마도 더욱 떨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부동산 회사에 가서 부동산을 사고 파는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상담 내용이 다시금 생각났다. 미국은 부동산 컨설턴트라는 직업인이 유망 직업이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이는 자기 이름을 딴 '트럼프'라는 부동산 회사를 경영하면서 부동산 컨설턴트로서 많은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다.
하나의 직업 분야로서 부동산 컨설턴트는 추천할 만한 직업이다. 하지만 전공에 상관하지 않고 재태크를 배우는데 보다 유리한 곳이 부동산 컨설팅 회사라는 생각을 갖고 진로를 결정하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착잡하다.
근로 의지는 인생에서 값진 정신 중의 하나다. 그것은 땀을 흘려서 돈을 벌겠다는 건전한 생각의 샘에서 잉태된 샘물이기 때문이다. 건전한 근로, 땀으로 자기 꿈을 이뤄가겠다는 직업 정신으로 사회 진출을 설계하는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더욱 힘을 얻기를 기대한다.
김준성ㆍ연세대 취업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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