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고 들뜨는 연말. 하지만 수입자동차 업계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지옥과도 같은 시기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 너무 확실해 본사가 정한 판매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바로 '목'이 위태로워진다.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그야말로 죽을 힘을 써야 하는 시기가 연말이다.
그런데 올 연말 느긋한 사람들도 있다. 바로 독일계 자동차 업체 관계자들이다. 아우디코리아 도미니크 보쉬 사장은 "당초 연간 목표 3,500대를 초과해 4,000대도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김예정 상무도 "연간 판매목표(5,000대) 달성이 무난하다"면서 "모처럼 여유로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실제로 최근 베이징 모터쇼를 참관하고 돌아왔다.
2006년 한국 수입자동차 시장을 놓고 벌인 독일, 일본, 미국계 업체의 '3각 대결'이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계 업체들의 완승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9%대(10월말 누계ㆍ판매대수 기준)였던 독일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올해에는 51.3%로 2%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반면, 일본과 미국계 업체의 점유율은 각각 27%와 11%대로 하락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본사의 대대적 지원 아래 파격적 가격할인 등 물량작전을 전개, 작년 1,192대였던 판매량을 올해에는 3,000대까지 끌어올렸다. 점유율도 5.0%에서 9.1%로 급상승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10월말까지 1년 전 보다 1,240대 많은 4,321대를 판매, 점유율을 13.1%(지난해 12.9%)로 끌어 올렸다. 아우디 역시 전년대비 1,300대 가량 많은 3,588대를 판매했다.
반면 일본 토요타 렉서스의 점유율은 하락했고, 혼다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GM(캐딜락)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계 업체는 점유율이 모두 하락했으며, 일부 업체들은 연말 목표 달성을 위해 중고차 가격 보장이나 할부금리인하 등 판촉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판매가를 감안하면 독일계의 성과는 일본ㆍ미국계를 더욱 압도한다. 독일계 차량들은 고가제품이 많아,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점유율은 더욱 치솟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독일계 업체의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판매량 점유율(51.3%)보다 훨씬 높은 62.2%로 추정된다. 반면 일본계 3사의 매출액 점유율은 22%대로 판매량 점유율(27%)보다 훨씬 낮다. 미국계 3개 업체의 점유율은 한자릿수(판매량 기준으론 11%)에 그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독일 업체가 올들어 최신형 모델을 출시했기 때문"이라며 "수입차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차 부문에서 독일 업체의 브랜드 파워가 미국이나 일본업체를 능가하는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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