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한 것은 3개월여 동안 꼬여온 정국을 푸는 실마리를 찾아낸 격이다. 하지만 아직도 풀어야 할 실타래는 길기만 하다.
여야는 이날 저녁 지명 철회 소식을 접한 뒤 모두 환영 성명을 내놓았지만 그 내용은 사뭇 달랐다. 열린우리당의 일성은 “국민을 위해 기꺼이 한나라당의 부당한 요구에도 무릎을 꿇었다”였다. 꽤 많은 양보를 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정기국회 운영 등에서 한나라당의 양보를 받아야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사필귀정이고 잘못 꿰어진 단추를 이제야 바로 채운 것”이라고 했다. 달리 말해 “사석(捨石) 치운 것 갖고 여권은 너무 생색내지 말라”는 얘기다.
여야의 반응 만큼이나 향후 정국에서 여야 간극도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여야간에 남은 불씨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 임명과 KBS 정연주 사장의 임명 건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꼬인 정국을 풀려면 나머지 인사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내정자 지명 철회 여부와 상관 없이 이 내정자 등에 대한 임명 철회 요구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 내정자 철회를 계기로 한나라당의 추가 인사 철회 요구에도 부담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가 전 내정자를 양보한 상황에서 남은 인사까지 걸고 넘어지는 것은 국민들에게 무리수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게 한나라당 안팎의 중론이다.
전 내정자의 지명 철회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물리적 충돌은 피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여야간 논란이 불가피한 정기국회에서의 각종 법안 처리다. 우리당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전 내정자 지명 철회를 계기로 국정 운영과 식물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한나라당이 적극 동참해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방개혁 법안과 사법개혁 법안 처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협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전 내정자 지명 철회를 갖고 개혁법안 처리까지 연결짓는 것은 너무 오버”라고 말했다. 쟁점 법안을 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머리를 맞대겠지만 그렇다고 청신호가 켜지는 것은 아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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