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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우리가 희생양 됐다"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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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우리가 희생양 됐다" 불만

입력
2006.11.2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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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차원선 "소장 공백 마무리되어 다행"새 내정자 이강국·손지열씨 물망

27일 청와대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 103일 만에 지명을 철회한 데 대해 헌재 내부에서는 “전 내정자에게 무슨 잘못이 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부와 국회가 정국 타개를 위해 헌법기관인 헌재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다. 헌재 관계자는 “전 내정자를 지명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지명을 철회하느냐”며 “잘못이 없는데도 정치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낙마시키는 것은 헌재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실무적 차원에서는 “이렇게 해서라도 초유의 소장 공백 사태가 마무리되면 다행”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재판뿐 아니라 헌재의 사무를 총괄하는 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업무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내정자는 그동안 심한 심적 고통을 겪어 오다 청와대에 지명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내정자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택과 남편인 이태운 광주고법원장 관사에 칩거하면서 마음을 추슬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소장 후보로는 이강국(61ㆍ사법시험 8회) 손지열(59ㆍ9회) 전 대법관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 전 대법관은 전 내정자와 같은 호남 출신인 데다 1988년 헌재 출범 당시 법률적 기초작업을 할 정도로 헌법 전문가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법관들의 신망도 두텁다. 손 전 대법관은 서울 출신으로 정치적 색채가 약하고 중앙선관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야당 의원들로부터도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둘 다 현 정부 및 여당과 ‘코드’가 잘 맞는 편은 아니라는 평이다.

현직 헌재 재판관 중에서는 주선회(60ㆍ10회) 이공현(57ㆍ13회) 조대현(55ㆍ17회) 재판관이 후보로 꼽힌다. 현직 헌법재판관이 소장이 될 경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인 최병모(57ㆍ16회) 변호사와 민변 창립 회원이었던 조용환(47ㆍ24회) 변호사가 재판관에 추천될 것으로 보인다.

새 후보자가 내정되더라도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헌재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한 달 가량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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