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북 익산시를 덮쳤는데도 3년 전 '학습효과' 덕분인지 큰 혼란이 없어 다행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농림부가 익산시에 AI 발생을 통보한 22일 밤 시의 초동 대처는 한심한 수준이었다. 오후 11시부터 직원 한 명만이 발생농가 현장을 지키고 있었고, 이튿날에도 통제와 방역활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23일 오전 10시 전북도는 발생농가에서 오염지역(반경 500m 이내)에 접근을 금지시키고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오후 1시께도 아무런 제지 없이 드나들 수 있었다. 또 통제 경찰과 공무원들은 방제복은커녕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았다.
주민 홍보도 미흡했다. 인근 농가 주민들은 AI 발생조차 모르고 있었다. 마을을 찾은 기자에게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몰려왔느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살(殺)처분 대상 닭 사육숫자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농림부와 도는 26일까지 23만6,000마리라고 발표했다. 1, 2개월 전에 출하해 닭장이 텅 빈 3개 농가의 5만 마리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생긴 일"이라고 변명했다. 실제로 현장 방역작업에 투입된 공무원들은 닷새째를 맞으면서 근무교대가 이뤄지지 않아 녹초가 되고 있다. 살처분 작업에만 매일 500명의 인원이 필요한데 도와 시ㆍ군 어디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 군부대도 위험하다며 인력지원을 거부했다.
"닭고기 안전성 홍보도 중요하지만 현장부터 챙겨야 하지 않습니까."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한 주민들과 현장에서 애쓰는 공무원들의 목소리가 절박하지만 관계당국은 귀를 막고 있는 듯하다.
익산=최수학기자 sh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