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재정경제부 출신의 경제 관료들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27일 대통령 경제보좌관으로 내정된 김용덕(행시 15회)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나 국방부 차관에 내정된 김영룡(15회) 국방부 혁신기획본부장이 모두 재경부 출신이다. 또 최근 임명된 이용섭(14회) 건교부 장관 역시 행자부 장관을 지내기는 했지만 재경부가 친정이다.
이 장관은 재경부의 역대 세제실장 가운데 세제에 가장 정통했던 관료로 평가 받아온 재경부내 대표적인 세제통이었다. 김 국방차관 내정자 역시 재경부 세제실장을 지낸 뒤 국방부 기획관리실장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재경부 국제금융국장과 국제업무정책관(1급)을 역임하고 관세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김 경제보좌관 내정자는 재경부의 대표적인 국제통이었다. 구두(口頭) 정책과 시장 개입의 절묘한 줄타기를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유명세를 날리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현재 김영주 국무조정실장(재경부 차관보 역임)과 윤대희 경제수석(정책홍보관리실장 역임) 등이 재경부 출신이고, 변양균 정책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냈다.
이 같은 정권 임기 말 경제관료의 중용은 국민의정부 때와 유사하다. 국민의정부 초기 김태동 전 금통위원과 윤원배 숙명여대 교수 등이 각각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개혁성향의 학자들이 경제정책 핵심에 포진했지만, 임기 말에 가까워올수록 경제 관료들로 대체됐다.
참여정부에서도 정권 초기 이정우 경북대 교수와 이동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각각 정책실장과 금감위 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개혁정책을 주도했지만, 최근 정책의 무게중심이 급격히 경제 관료로 옮겨갔다.
이 같은 역학관계의 변화는 '정권초기=개혁, 임기 말=관리'라는 정책의 속성이나, '정권초반=힘있는 정부, 정권후반=레임덕'이라는 권력의 운명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재경부 한 관계자는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정권 초기에는 개혁 성향의 학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겠지만, 새로운 정책을 펴기보다 기존 정책을 유지ㆍ관리해야 하는 임기 말에는 인력 풀도 많고 현실정책 경험이 많은 관리형 경제 관료들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 연구소 한 관계자는 "정권 후반 들어 정책의 주도권을 경제관료가 쥔다는 것은 결국 정권 초반의 정책을 밀어붙일 힘이 달린다는 얘기가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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