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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시련 이겨 낸 가족사랑 경영권 분쟁은 남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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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시련 이겨 낸 가족사랑 경영권 분쟁은 남의 일

입력
2006.11.2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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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한 애경그룹이 ‘장년’으로 접어들면서 놀라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제주항공 취항, 삼성플라자 인수 등 신사업 진출과 인수ㆍ합병을 통해 중견그룹의 틀을 벗고 내실과 덩치를 키우고 있다.

애경그룹의 성공 배경엔 가족적인 경영분위기가 진하게 배어있다고 재계는 평가한다. 장영신(70) 회장 슬하에 3남1녀를 두고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그룹의 지분을 조금 더 차지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없다. 2세 경영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생기기 쉬운 경영권 분쟁이 애경그룹 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애경그룹 오너 일가의 끈끈한 가족애는 업계에서 오랫동안 회자돼 오고 있다.

창업자인 고 채몽인 회장이 심장마비로 작고하던 1970년 장 회장은 평범한 가정주부였고, 장남 채형석(46) 부회장은 10살 밖에 안된 초등학생이었다. 당시로서는 누가 봐도 그룹을 이끌어 나갈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장 회장은 남편 타계 1주기를 마치자마자 경리학원에서 복식부기를 습득한 경력만 가지고 72년 8월 회사로 출근했고, 특유의 억척스러움으로 오늘날 애경 그룹의 기초를 쌓았다.

장남인 채형석 부회장의 동생 사랑 역시 남다르다. 채 부회장은 사석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반드시 회사를 지켜 내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었다”며 “철없던 시절에 그런 결심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린 동생들에 대한 애정이 배어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한다.

어려서부터 장남을 중심으로 한 철저한 위계 질서를 강조해온 터라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형제간의 우애만큼은 두텁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두번 가족모임을 가지고 있으며, 며느리와 시누이와의 관계도 허물이 없을 정도로 좋은 편이다. 처남ㆍ매부지간인 채 부회장과 안 부회장은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지금도 단짝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반면 집안 분위기는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다른 재벌처럼 정략결혼도 없다. 장 회장과 고 채 회장은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던 이웃사촌으로, 자연스럽게 만나 결혼한 케이스. 장남 채 부회장은 성균관대 시절 친구 소개로 만난 홍미경(44)씨와 결혼했고, 유통 부문을 맡고 있는 차남 채동석(42) 부회장은 성균관대 철학과 시절 미팅을 통해 사귄 이정은(42)씨와 결혼에 골인했다. 큰 딸 은정(43)씨의 남편인 안용찬(47) 부회장은 외숙모의 소개를 알게 됐다.

최근 단행한 대규모 그룹 인사를 ‘2세간의 후계 구도를 정리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으로 보는 것에 대해 애경측은 단호하게 ‘노’라고 말한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고 채몽인 회장 작고 이후 이뤄진 증여를 통해 지분정리가 모두 마무리됐으며, 형제간의 지분분배를 위해 그룹을 분리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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