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24일 대통령 임명을 받은 정연주 KBS 사장이 27일 KBS에 출근, 3년의 새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KBS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과 일부 시민단체의 퇴진운동 선언, 한나라당의 임명철회 촉구 등 안팎의 반발이 갈수록 격화해 1기보다 험난한 앞길을 예고했다.
‘정연주 2기’는 첫 걸음부터 가시밭길이었다. KBS 노조원들이 이날 본관 입구에서 ‘낙하산 정연주는 KBS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사이 정 사장은 주차장 출구를 역주행해 출근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노조원과 취재진, 청원경찰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정 사장은 또 노조와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탓인지 취임식을 열지 않은 채 오전 사내방송을 통해 취임의 변을 밝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 사장은 취임사에서 “KBS는 공영방송제도의 방치와 다매체 시대 급격한 상업화에 따른 콘텐츠와 매체 경쟁력 상실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한 뒤, △공정한 보도와 고품격 프로그램 제작 △조직의 창의성ㆍ효율성 제고 △수신료 현실화를 통한 재원 공영화 △콘텐츠 종합매체로의 성장 △지역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또 각각 대외정책과 지역활성화를 총괄하는 특임 본부장을 신설하고 조직이완 등 부작용을 낳은 팀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혀, 2기 첫 인사의 폭이 꽤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 사장이 안팎의 반발을 무마하고 이 같은 개혁 로드맵을 원활히 끌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노조와 야당 등은 그의 연임을 ‘현 정부의 정권재창출을 위한 도구’라고 공격하고 있어 자칫하면 KBS가 내년 대선과 그 이후까지 극심한 정치공방에 휘말려 조직 개혁, 수신료 인상 등 산적한 난제들이 장기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정연주 2기’ 체제의 앞날에는 28~30일 치러지는 KBS 노조위원장 선거가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 출신인 세 후보 모두 정 사장의 연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으나, 일부 후보는 현 노조의 극단적 퇴진 투쟁에도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한 후보는 “취임 6개월 내 중간평가 실시를 요구하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후보도 “반대한다고 계속 싸움만 할 수는 없는 만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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