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을 넘기면서 미국의 이라크 참전 일수가 2차 대전 참전 일수의 기록을 깼으나 종파간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전 상황에 획기적 돌파구는 마련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8, 29일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참석에 이어 29, 30일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회담하기 위해 요르단을 방문하는 등 정상외교에 나설 예정이지만 누구도 그 결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을 계기로 2차 대전에 참전한 뒤 1945년 8월15일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면서 1,348일만에 전쟁을 끝냈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전 참전 일수는 27일부터 이 기록을 넘어서 미 전쟁사에 매일마다 새 획을 그을 수 밖에 없게 됐다.
2003년 3월20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전은 침공 40일만인 5월1일 바그다드 함락에도 불구,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 현재로선 언제 끝날지 예측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라크전은 그 기간 뿐 아니라 전쟁의 성격에서도 2차 대전과는 달리 ‘악명높은 전쟁’으로 전락하고 있다. 역사학자인 하워드 진은 “2차 대전에서 축적해 놓은 도덕적 자산을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전, 베트남전 등을 정당화하는데 사용하는 것에 분개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및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폭력사태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이라크 및 아프간전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나 뚜렷한 해결책에 대한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우선 나토 정상회담에서 악화하고 있는 아프간 내 폭력사태를 가라앉히기 위해 회원국들에 보다 많은 군사ㆍ재정적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한편 ‘글로벌 파트너십’전략에 따라 한국과 일본, 호주 등 5개국과의 협력 확대를 제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프간 탈레반군의 저항이 격렬해지는 상황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아프간 사태에 더욱 깊숙이 개입하려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지프 랄스톤 전 나토군 사령관은 “아프간에서의 군사적 실패는 나토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시 대통령은 말리키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이라크 치안상황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나 이라크 정부에 자체적인 치안확보 노력 강화를 촉구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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