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좌파 도미노가 에콰도르에까지 미쳤다.
26일 실시된 에콰도르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 라파엘 코레아(43) 후보가 1차투표 결과를 뒤집고 10%포인트가 넘는 표차로 친미 성향의 ‘바나나 재벌’ 알바로 노보아(56) 후보를 따돌리며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다음달 3일 재선에 도전하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반미 좌파 포퓰리즘을 승계한 코레아의 당선으로 중남미 반미 좌파 벨트는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코레아는 161억달러에 달하는 에콰도르 외채 상환 축소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어 코레아의 당선은 미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개표 결과 발표에 앞서 선거감시인단 ‘시민 참여’는 26일 표본 개표에서 코레아 후보가 56.9%, 노보아 후보가 43.1%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1차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던 노보아 후보는 “선관위의 공식 개표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패배 인정을 거부하고 있으나, 코레아는 수도 키토에서 지지자들에게 즉각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코레아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승리는 국민들이 변화를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미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출신의 코레아 후보는 지난해 4월 축출된 루시오 구티에레스 전 대통령을 이은 알프레도 팔라시오 대통령의 과도정부에서 106일간 재무장관을 지낸 게 정치경력의 전부. 하지만 ‘기성 정치 엘리트에 도전하는 아웃사이더’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지난 10년간 8차례나 대통령이 바뀔 정도로 정치 불신이 팽배한 에콰도르 국민의 정치 변혁을 향한 갈증을 푸는데 주력했다.
코레아는 차베스와 막역한 정치적 동지라고 자처하는 한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바보’라고 비난하고 미 공군기지 사용기한 추가 연장에 반대하는 등 노골적으로 강경 반미 노선을 표명했다. 1차투표에서는 이점이 ‘차베스 아류’라는 비판을 받아 돌풍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결선투표에서는 강경 반미의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고, 저가주택 10만호 건설과 120만 빈곤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빈곤수당을 현재 2배인 월 36달러로 인상하는 등 포퓰리즘적 정책을 부각시킴으로써 막판 표몰이에 성공했다.
대중적 인기만으로는 대통령 당선자 코레아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남미 5위의 석유수출국임에도 1,340만 인구의 4분의 3이 빈곤층인 경제 상황과 정정 불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10년간 3명의 대통령을 강제로 쫓아낸 국민들은 언제라도 등을 돌릴 수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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