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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한 신문에 보내는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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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한 신문에 보내는 충고

입력
2006.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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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조중동. 앙숙 중의 앙숙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로 상대방을 공격해 먹고 사는, 다시 말해 생존을 위해 상대방을 서로 필요로 하는 적대적 상호의존관계이다.

게다가 둘 다 오버를 한다는 공통점까지 갖고 있다. 그리고 조중동의 지나치게 수구적인 논리와 오만이 이들을 공격대상으로 삼은 노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오버를 해 인기가 폭락하면서 조중동이 제2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 시대 변화 속에서 위기에 놓여있던 조중동을 노 대통령이 실정을 통해 명예회복시켜준 것이다.

●죽 쑤는 대통령, 신이 난 보수언론

그러자 신이 난 조중동이 다시 오버를 하고 있다. 그 예가 최근의 중앙일보 보도이다. 노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방문해 우리나라가 식민지배도 받고 내전을 치르고 시끄럽게 살았지만 이제는 여러 나라를 도울 정도로 성장했다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중앙일보가 한국전쟁을 내전이라고 한 것은 좌파적 시각이라고 비판을 한 것이다. 그것도 사설까지 써가며 말이다. 아니 한국전쟁이 내전이 아니란 말인가? 물론 한국전쟁은 소련이 북한을 부추겨 일으켰고 미국과 중국이 직접 참전한 전쟁이라는 점에서 외전, 즉 국제전이다.

그러나 동시에 친일파 처리 등을 놓고 벌어진 좌우익대립과 관련이 있고 같은 민족끼리 싸운 전쟁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내전이기도 하다. 냉전세력이 한국전쟁 이야기만 나오면 해온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표현이 내전이라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만일 노 대통령이 한국전쟁이 우리끼리 싸운 내전이라고 보느냐, 아니면 소련이 공산화를 위해 일으킨 국제전, 침략전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내전이라고 답했다면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전혀 그것이 아니다. 언어란 맥락이 매우 중요한데, 캄보디아를 방문해 한국도 캄보디아와 마찬가지로 같은 민족끼리 이념 때문에 총을 들고 싸웠다는 맥락에서 내전이란 표현을 쓴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나 역시 여러 글에서 노 대통령을 비판해 왔지만 정말 이건 아니다. 아니 시비를 걸어도 걸 만한 것을 걸어야지 대신문의 지적 능력이 의심되는 너무도 유치한 시비이다. 이대로라면 노 대통령이 빨간 넥타이만 매고 나와도 대통령이 복장부터 좌파라고 비판할 것이다. 참고로 빨간 넥타이는 정중한 자리에 주인공이 매는 가장 정중한 넥타이다.

한국전쟁을 내전이라고 보는 것은 좌파라는 논리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전쟁을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가르친 이승만, 박정희 정권이 좌파인가? 이와 관련, 주목할 것은 중앙일보와 북한, 그리고 그 추종세력인 주사파의 공통점이다. 모두 한국전쟁이 내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모르는가본데, 중앙일보가 좌파라고 생각할 북한과 주사파는 한국전쟁을 남한과 북한, 한반도의 좌우파가 싸운 내전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민중이 싸운 국제전(민족해방전쟁)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보느냐와 좌파, 우파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오버’는 결국 자신에게 독이 된다

중앙일보는 이번 보도에 항의하는 청와대에게 역사 공부를 다시 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중앙일보야말로 언어 공부, 그리고 논리와 상식 공부부터 새로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중앙일보에 기대를 해온 독자로서 이런 것이 중앙일보가 최근 자기변신을 하며 표방해온 합리적 보수, 열린 보수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현재 노 대통령이 죽을 쑤면서 조중동이 신이 나 노 대통령을 난도질하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같은 오버는 궁극적으로 자신들에게 독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노 대통령의 오만한 언행으로 비판적 여론이 높자 신이 나 자신들도 오버를 했다가 스스로 무덤을 판 탄핵세력이 잘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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