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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닭잡는 데 어찌 소잡는 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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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닭잡는 데 어찌 소잡는 칼을

입력
2006.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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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양화(陽貨)’편을 보면 공자가 제자 자유에게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리오”라고 하였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하면 먹을 수 있는 닭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며, 소 잡는데 닭 잡는 칼을 사용하면 소는 잡지도 못하고 칼만 버릴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경험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참여하여서인지 소와 닭을 구분하지 않고 아무 칼이나 사용하는 경제정책이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것이 세금 인상으로 부동산가격을 잡겠다는 정책일 것이다.

주택 보유세 인상은 부를 재분배시킬 수 있는 정책이지만 특정지역의 주택가격 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 공급을 증가시키고 수요를 감소시키는 것이 가격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23일 정부의 한국은행 지급준비율 인상 발표를 보면 최고의 전문가집단인 한국은행마저도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물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가격 급등 때문에 지준율을 인상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지준율 인상을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준율 인상의 목적과 기대효과를 유동성 증가세 감속과 금융기관 수신구조의 단기화 완화를 들고 있다.

정책의 배경에 현재 단기자금 중심으로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어 있으며 이 단기 유동성이 투기자본화하여 주택가격을 올리는 주범이란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년 이상 창고에 있던 지준율의 조정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인지는 의문이다.

현재 시장에서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다면 정책금리의 인상이 올바른 정책일 것이다. 또한 전체 유동성 중 단기 부동자금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도 낮은 금리 수준에 있다. 은행의 중장기 예금금리가 낮기 때문에 주식, 부동산 등 보다 수익률 높은 대체 투자수단을 찾는 자금들이 단기예금에 몰려있는 상태이다.

단기예금에 대한 지준율 인상과 이에 따른 단기 예금금리 인하라는 처벌적인 정책이 단기자금을 중장기예금으로 이동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유동성 과잉 및 자금의 단기화에 대한 원인은 모두 낮은 금리 수준에 있으며, 이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정책금리의 인상이다.

금리 인상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가계의 부담을 늘일 것이란 일각의 우려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낮은 금리 수준에서도 기업의 투자가 신통치 않은 것을 보면 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원인은 다른 것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 투자 부진의 원인은 까다로운 법적 사회적 규제와 돈을 번 기업주를 죄인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있기 때문에 투자를 촉진시키려면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경쟁국가들 뿐 아니라 선진국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현재의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금리 인상은 기업이 충분히 부담할 수 있으며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더 이상의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서도 비록 가계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지만 일정 수준 금리 인상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저금리 기저는 너무 남용되어 약효가 없어진 약과 같다. 이제는 정부, 기업, 언론 및 개인 모두 금리 인상에 대한 지나친 저항은 자제하여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시중 유동성이 너무 많다면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일부지역의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그 지역에 대한 주택 공급을 늘이고, 기업들의 투자가 부진하면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정답이다. 국민들은 닭 잡는데 닭 잡는 칼을, 소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하는 전문가들의 경제정책을 바라고 있다.

이충언ㆍ한림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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