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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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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잠

입력
2006.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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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신문에서 거북이 마라톤 안내 공고를 본다. 행사장이 내가 좋아하는 남산이다. 지난번 테마는 ‘낙엽의 향연에 초대합니다’였다. 일요일 아침 8시, 국립극장 앞 집합. 꼭 가고 싶었는데, 찬 공기를 마시며 아침 햇살 비치는 남산을 걷고 싶었는데, 정오가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날이 샌 뒤 잠을 자 버릇하니 어쩌다 보는 아침 풍경이 내겐 이국 풍경처럼 낯설고 신선하다.

시간에 쫓겨 낮에 원고를 쓴 적이 있는데 밤에 쓸 때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 그러니 내 머리도 밤에 더 맑은 건 아니다. 그런데도 밤에 우두커니 왜 죽어라 깨어 있는 건지. 어쩌면 그게 습관 때문만이 아니라 체질이 원인인 것도 같다. 흐린 날은 괜찮은데, 맑은 날 햇빛 속을 걸으면 걷잡을 수 없이 잠이 쏟아진다. 그래서 거의 눈을 뜨지 못하고 몽유병자처럼 비틀거리며 걷게 된다. 햇빛이 졸음을 유발하는 햇빛 알레르기가 내게 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몇 년 전부터 잠이 총량도 줄고 불량해졌다. 전에는 갓난아기처럼 누에처럼 잤다. 눈을 뜨면 다음날 황혼이 검붉게 하늘을 물들이고 있기 일쑤였다. 그때의 암울한 막막함조차 그립다. 이제는 자는 것도 힘이 달려 토막토막 깬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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