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에 걸려 세상을 떠난 한 지방공무원이 동료 공무원들에게 ‘어려운 이웃들의 우산이 되어 달라’며 우산을 마지막 선물로 남긴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부산 사하구 구평동사무소에 근무하다 12일 숨진 하옥례(37)씨. 하씨의 가까운 동료와 유족들은 21일 사하구청 동료 공무원 740여명에게 “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날, 어려운 이웃들의 우산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하씨의 마지막 소원을 담은 노란 우산을 하나씩 선물했다.
하씨는 숨지기 직전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힘들고 지친 서민들에게 힘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먼저 떠나는 나 대신 세상의 우산이 되어달라“는 당부와 함께 동료들에게 우산 선물을 부탁했다는 것. 하씨는 자신처럼 아프지 말고 건강을 유지해 달라는 바람으로 우산 손잡이에는 ‘건강하세요'라는 문구를 새겨넣었다.
하씨의 동료 공무원들은 우산의 사연을 알고는 눈물이 앞을 가려 말문을 열지 못했다.
고인과 절친한 사이였던 이명숙(37·사하구청 총무과) 씨는 “우산을 받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고인의 바람대로 어려운 이웃의 비바람과 눈보라를 막을 ‘우산’이 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업무처리가 철두철미하고 성실한 것은 물론 동료들 사이에서 신망도 두터웠던 하씨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2004년. 어지럼 증세로 병원을 찾았던 그에게 직장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판정이 내려졌다.
남다른 의지로 투병생활을 이겨냈던 하씨는 지난해 한동안은 병상에서 일어났지만 올해 다시 건강이 악화, 입원해야 했다. 하씨는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는 혼자 남을 남편을 위해 어린 두 딸에게 밥 짓는 법 등 살림살이를 가르치기도 했다고 주위에서는 전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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