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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생 비상/'익산지역 르포' "양계 농가 초토화하나" 일손 놓은 채 공황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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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생 비상/'익산지역 르포' "양계 농가 초토화하나" 일손 놓은 채 공황상태

입력
2006.11.2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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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닭 하나만 보고 살아왔는데…. 이제 뭘 먹고 살아야 합니까?”

26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인으로 직격탄을 맞은 전북 익산지역 양계 농가들은 ‘AI공포’에 휩싸였다. 25일부터 AI 최초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의 오염지역에 대한 닭 등 가축 살처분 작업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양계 농민들은 “이 지역 양계농가가 초토화하는 것 아니냐”며 AI확산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AI의 진앙지인 함열읍 석매리 일대 닭 농가들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 불안해 못 살겠다”며 일손을 잡지 못하는 등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30년 넘게 닭을 키워온 이주택(62)씨는 “현재 오염지역에 들지는 않았지만 AI가 언제 농장을 덮칠지 몰라 잠도 오지 않는다”며 “더구나 9일 전에 병아리를 입식했는데 이 어린 것들이 살아 남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멀쩡한 닭 7만5,500마리를 땅에 묻은 이모씨는 거의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외부출입이 차단된 탓에 기자와 전화 통화한 그는 한동안 말을 못한 채 한숨만 푹푹 내쉬더니 “속이 뒤집혀서 말도 못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특히 이번 AI의 혈청형(H5N1)이 1997년 홍콩에서 인명을 앗아갔던 것과 같은 유형으로 알려지면서 농가들은 “AI가 사람도 잡는 것 아니냐”며 불안에 떨었다. 심지어 일부 농민은 인체감염을 우려하는 주위의 시선이 때문에 아예 외부출입을 끊기도 했다.

양계 농가들은 “AI 쇼크가 계속되면 농가들이 거리에 나앉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부도위기에 대한 걱정도 컸다. 현재 AI 경계지역(반경 10㎞ 이내) 내 양계농가는 203가구(500여만 마리). 이 중 140농가가 국내 최대 닭 가공업체인 ㈜하림의 계약사육농가들이다.

문제는 이들 농가 대부분이 축협에 자금을 대출을 받으면서 농가끼리 연대보증을 서며 양계 사업에 뛰어든 경우가 많아 한 곳 이 무너지면 연쇄부도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닭 7만여 마리를 계약 사육하고 있는 이모(62)씨는 “AI 파장이 장기화하면 결국 출하도 못하고 하림측으로부터 사육비도 못 받게 돼 자금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농가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의 허술한 방역시스템도 시름에 잠긴 농가들을 궁지로 몰아 넣고 있다. 특히 AI의 인체 감염을 우려한 군부대와 공무원 등이 살처분과 매립 등 현장작업을 기피해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실제 3일간 계속될 살처분 현장 작업에 필요한 인원은 500여명에 달하지만 이날 동원된 인원은 불과 40여명에 불과했다.

위험지역 농가에 대한 안일한 방역작업도 도마에 올랐다.

산란계 5만 마리를 사육 중인 강병옥(46ㆍ함열읍 석매리)씨는 “최근 읍사무소에 가서 소독약을 달라고 했더니 어이 없게도 1㎏짜리 4포대만 달랑 줬다”며 “이 양으로는 산란장을 소독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익산=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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