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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중동' 민주주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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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중동' 민주주의 미래는…

입력
2006.11.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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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암초에 걸린 중동 민주주의 확산 정책을 되살릴 수 있을까.

내전이 격화한 이라크 등 중동 현안 해결을 위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중동 방문에 나서는 등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의 지지를 받는 이라크, 레바논 정부는 정파간 분쟁에 휘말렸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깜짝 휴전 합의도 출발이 불안하다.

이라크의 시아파 거주지 사드르시티에서 215명의 목숨을 앗아간 23일의 연쇄 폭탄 테러로 수니-시아파 간 보복의 새로운 악순환이 시작됐다. 바그다드의 수니파 거주지 후리야에서 모스크와 주택이 불타고 30명 이상이 사망하는 보복테러가 일어나는 등 이라크 전역에서 종파간 보복테러가 이어졌다. 미군과 이라크군은 무장세력 소탕에 나서 50여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사드르시티 테러 직후 공항 폐쇄 등 바그다드에 통행금지령을 내린 이라크 정부는 통금 해제를 27일로 연기하면서 테헤란에서 가질 예정이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의 주말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친미 성향의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수니파와 시아파 모두로부터 외면당하며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돼있는 수니파 지도자 하리스 알 다리는 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랍 국가들에게 알 말리키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고 요청하며 “그렇지 않으면 이라크 종파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경 반미 시아파 종교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 측은 알 말리키 총리가 예정대로 요르단에서 부시 미 대통령과 회담할 경우 의회와 내각에서 철수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후원하는 레바논의 푸아드 시니오라 총리 정부도 내각을 탈퇴한 친시리아계 시아파 헤즈볼라의 내각 타도운동 위기에 직면해있다. 반시리아계 피에르 게마일 산업장관의 피살을 계기로 정파간 대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25일 레바논 내각이 라피크 알 하리리 전 총리 암살 사건을 다룰 국제법정 설치를 승인한 것도 내전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5개월간 가자지구에서 전투를 벌여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26일 오전6시를 기해 휴전에 들어가기로 합의한 것도 2시간 만에 물거품이 됐다. 휴전 합의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25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의 모든 무장단체 분파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을 중단키로 합의했다”고 통보하고, 올메르트 총리가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병력 철수를 약속하며 성사됐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뤄진 양측 휴전 합의가 1년4개월 만에 무용지물이 됐듯, 이번 휴전 합의도 출발부터 위태롭다. 강경파 하마스 등 일부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휴전 합의를 거부했다. 이슬람 저항세력 아부 함다는 휴전 발효 2시간 만에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을 가했다. 하마스 최고지도자 칼리드 마샬은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앞으로 6개월의 시간을 줬을 뿐”이라며 또 다른 공격을 예고했다.

중동이 혼돈에 빠지면서 부시 정권의 움직임이 긴박해졌다. 딕 체니 부통령이 25일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했고, 부시 대통령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가한 뒤 요르단 암만으로 날아가 29일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부시 정권의 중동 외교가 분주해진 배경에는 이라크에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이란, 시리아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체니 부통령은 압둘라 국왕과의 회담에서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가 이라크의 수니파 무장 저항세력에 통제력을 발휘해주기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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