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조류 인플루엔자(AI)’ 경보를 내리면서 학교와 단체급식 업체, 관련 음식업계 등은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2003~04년 4개월 동안 이어진 AI 사태의 ‘학습효과’ 덕분인지 일반 시민 대부분은 집단 공포감보다는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각 시도교육청은 단체급식을 하는 학교에 ‘닭고기를 잘 익혀 조리하도록 하라’는 내용의 지도 공문을 내려보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고남호 학교체육보건과장은 “닭고기는 75도 이상으로 익히거나 끓여 먹으면 괜찮지만 학부모들이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가정통신문을 통해 닭고기 공급지역을 정확히 알리고 가열 조리의 안전성을 설명하면 농가 등의 큰 피해 없이 AI 사태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발생한 전북 익산시 학교들은 우선 급식용 닭고기 공급업체를 다른 지역 업체로 잠정 변경키로 했다. 익산은 초등학교의 63%, 중학교 54%, 고등학교 46% 정도가 시내의 같은 업체에서 닭고기를 공급받고 있다. D초교 관계자는 “닭고기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반찬으로 나오는 데 반드시 100도 이상으로 조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형 할인마트에서는 닭고기 전체 판매가 줄어들 조짐이지만 특별판매 행사에서는 매출이 느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첫 보도가 나간 24일 이후 닭고기 매출이 30% 가까이 떨어졌다”며 “소비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잠재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용산구 이모(38ㆍ여)씨는 “주부 입장에서 닭고기를 선뜻 집어 들기가 께름칙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마트는 24일 닭고기 특판을 통해 평소보다 많은 매출을 올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AI에 대해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지니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롯데마트는 ‘익힌 닭고기를 먹어서 사람이 감염된 사례가 없다’는 점 등을 알리고 있으며, 금주 중 ‘농가돕기 닭고기 특판 행사’를 열기로 했다.
치킨 등 닭고기 프랜차이즈 업계와 음식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26일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한 업체는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소비자나 일선 매장의 문의는 늘고 있다”며 “생닭이 아니면 안전하다는 점을 양계협회 등과 손잡고 적극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한 대형 삼계탕집은 “예약을 취소하거나 AI를 걱정하는 손님은 없었다”고 말했고, 인천 부평구 갈산동의 P치킨점은 “2003년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퍼졌는지 견딜만하다”고 전했다.
대형 포털사이트에도 ‘부모님이 병아리를 버리려 합니다’‘닭고기를 먹으면 감염되나요’등 질문이 속속 올라오고 있지만 ‘집에서 키우는 것은 괜찮다’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등 정확하고 성숙한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강철원기자 strong@hk.co.kr최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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