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고병원성으로 판명됨에 따라, AI 발생농가를 중심으로 확실한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 AI 확산 차단의 핵심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사람이나 분뇨ㆍ사료 차량, 오염된 계란 등의 이동을 통한 가금류들 사이의 AI 전파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26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2003년의 경우 AI 바이러스가 10월말~11월초에 충남 천안의 오리 농장에 유입된 뒤 사람이나 분뇨ㆍ사료 차량 이동과 오염된 난좌(알자리)의 부화장 유입 등으로 다른 오리ㆍ닭 사육장에 퍼졌다. 당시 AI는 아산ㆍ음성ㆍ진천ㆍ이천ㆍ천안ㆍ나주ㆍ경주ㆍ울주ㆍ양산 등 충ㆍ남북과 전북, 경북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전체 19건의 발병 가운데 오염차량 및 계란의 이동으로 인한 것이 11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이번 AI도 초기 단계에 얼마나 철저히 차단선을 구축하느냐가 확산 방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단 초동 방역에 실패해 AI가 인근 농장으로 확산됐던 2003년과 비교하면 이번 정부의 대응은 훨씬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당시 AI가 처음 발생했을 때 첫 발병 일주일이 넘어 신고가 이뤄진 것에 비해, 이번에는 19일 첫 발병 이후 3일만에 정부가 신고를 접수하고 조치를 취했다. 특히 당시 최초 발병 이후 각각 5일, 7일 뒤에 인근 농장에서 후속 발병이 보고됐다는 점을 미뤄볼 때, 결코 안심할 수는 없지만 인근 농가로 확산될 가능성은 2003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농림부는 현재 ‘오염지역’(발생농가 500m 반경 내) 6개 농가의 18만7,000마리 닭과 오리 및 개ㆍ돼지 등 가축에 대한 살(殺)처분은 28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또 발생 농장의 계란 600여 만개와 ‘위험지역’(3㎞ 반경내)에서 생산된 닭과 오리의 계란을 모두 폐기하기로 했다. 아울러 경계지역(10㎞ 반경 내)에서는 가금류, 생산물, 사료, 동물약품 운반 차량에 대해 외부와 바닥, 바퀴 등을 소독해야만 드나들 수 있도록 했고, 분뇨 차량의 경우 통행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 같은 초동 방역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AI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AI 발생이 중국이나 시베리아에서 번식하는 겨울철새의 이동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철새 이동 경로를 따라 추가적인 AI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역원에 따르면 2003년 AI 발생 지역인 음성ㆍ천안 역시 철새 도래지와 가까웠고, 이번에 발생한 익산 역시 철새 도래지인 만경강, 금강 하구둑 등과 가깝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국 31개소 철새도래지의 조류 배설물 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들 철새가 우리나라에서 월동한 후 번식지로 되돌아가는 내년 2월말이나 3월 중순까지는 안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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