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북 익산에서 발견된 조류 인플루엔자(AI) 의심사례가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고병원성 AI'(혈청형 H5N1)로 최종 판정됨에 따라 26일 전국에 AI '주의' 경보를 내렸다. 정부는 또 익산의 AI 발생농가 반경 500m안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 18만7,000여 마리 등에 대한 살(殺)처분 작업에 착수했다.
전염병인 고병원성 AI가 국내에서 다시 발생한 것은 2004년3월이후 2년8개월만이다. 그러나 정부는 인체 감염의 경우 대부분 가금류 등을 직접 접촉해 전염되고, 감염 조류의 고기를 먹어 전염된 사례도 없는 만큼 지나치게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정부는 이날 과천 정부청사에서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박홍수 농림부 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AI 관련 대책회의를 개최한 뒤,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또 발생 농가 반경 10㎞내 주요 도로에 10개소의 이동통제소를 설치하고 반경 500m내 '오염지역' 안에서 사육되고 있는 6개 농가의 닭과 오리는 물론 개 돼지도 28일까지 살처분하기로 했다.
고병원성은 AI는 닭 등이 한번 감염되면 100%에 가까운 폐사율을 보이고 사람까지 전염되는 등 위험이 커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A급 질병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H5N1형은 2003년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우리나라 전국 10개 시ㆍ군 19개 농가에서 발생해 53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는 등 1,5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AI와 같은 종류다.
정부는 이와함께 오염지역에서 생산된 계란과 분뇨ㆍ사료 차량, 사람 등의 이동으로 AI가 인근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AI 발생 농가에서 계란을 공급 받은 익산의 부화장 2곳의 종란 600여 만개와 '위험지역'(3㎞ 반경내)에서 생산된 닭과 오리의 식용란 등을 모두 폐기하기로 했다. 또 '경계지역'(10㎞ 반경내)에 대해서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의 이동과 분뇨차량의 통행을 금지하는 한편, 사료ㆍ동물약품 운반 차량 등에 대해서는 필수적으로 소독을 거치도록 했다. 현재 경계지역 안에 모두 221개 농가 500만여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사육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익산에 대한 역학조사는 한달 정도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여러 지역을 이동하는 철새의 특성상 언제쯤 우리나라가 안정권에 들어설지 예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철새가 번식지로 돌아가는 내년 2,3월까지는 AI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익산=최수학기자 shchoi@hk.co.kr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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