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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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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ITER

입력
2006.11.2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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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에너지의 실용화 전망을 점검하기 위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연구 협정이 체결됐다. 2016년까지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50만~70만㎾ 출력의 실험용 핵융합로를 만들 계획이다.

'꿈의 에너지'를 향한 본격적 발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이런 역사적 연구에 한국이 약 9%의 지분을 갖고 참여한 것도 뜻 깊다. 영어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의 두문자를 딴 ITER는 라틴어로 '길'이란 뜻이다. 인류가 걸어야 할 운명의 길인 듯한 숙연한 느낌까지 든다.

■ 핵융합은 가벼운 핵끼리 융합해 더 무거운 핵으로 바뀌는 반응이다. 이 과정에서 여분의 질량이 에너지로 방출되는데, 그 에너지를 활용하자는 게 바로 핵융합로 구상이다. 그러나 핵과 핵의 융합조건을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 전기적 양성을 띠는 핵과 핵이 서로 다가가면 우선 상대적으로 멀리까지 미치는 전기적 반발이 작용한다.

이런 반발력을 이기고 더 가까이 가야만 융합을 부르는 힘이 미친다. 융합로 내부의 플라즈마 온도가 1억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1㎤에 100조개 이상의 핵이 밀집한 상태를 1초 이상 지속해야만 도달 가능한 '근거리'다.

■ 이런 초고온 플라즈마를 담을 그릇이란 없다. 그릇 대신 초전도 자석으로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즈마를 붙잡는 것이 자기(磁氣) 봉쇄 방식이다. ITER도 같은 방식을 활용한다. 문제는 남아 있다.

ITER는 반응효율이 큰 이중수소(D)와 삼중수소(T)의 융합반응을 이용할 계획이다. D_T 반응은 바닷물에서 쉽게 재료를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고속의 중성자를 방출한다. 그 중성자가 융합로 구성 재료에 원자 차원의 벌집 구멍을 내어 내구성을 떨어뜨린다. 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남기지 않는다는 핵융합 에너지의 장점 가운데 하나를 갉아먹는다.

■ 규모와 지속력, 에너지 효율 등도 문제다. 아직까지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얻은 예는 없다. 유럽연합이 1997년에 기록한 1만6,000㎾가 순간 최대치이고, 지속시간은 수십 초, 에너지 효율은 겨우 1을 넘어섰다.

ITER는 50만~70만㎾, 300~500초, 5~10배의 에너지 효율 등을 실현, 실용화 장벽을 넘어설 계획이다. 수많은 기술적 난점을 쉽사리 극복하리란 기대는 아직 이르지만 숙명의 길을 떠나는 ITER의 여정은, 그 과정에서 쏟아져 나올 신기술과 함께 흥미를 끈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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