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찰스 킨들버거, 로버트 알리버 지음ㆍ김홍식 옮김 / 굿모닝북스 발행ㆍ527쪽ㆍ1만9,800원
1980년대 후반 일본은 흥겨운 소비 잔치, 투자 잔치를 벌였다. 프랑스 예술 작품 수 만점을 구입했고, 반 고흐의 <의사 가셰의 초상화> 를 당시 미술품 가격으로는 사상 최고가인 9,000만 달러에 구입했다. 미쓰이 부동산은 뉴욕의 엑손 빌딩을, 최초 호가 3억1,000만 달러의 두배가 넘는 6억2,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제조업체는 은행으로부터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의사>
금융 위기의 역사에는 이 같은 인간의 광기가 서려 있다. 사람들은 부동산, 주식, 상품을 사기 위해 돈을 쏟아 붓는다. 기대에 부풀어 투자 지출을 확대한다. 매수자가 느니 자산가격이 오르고 자산가격이 오르니 매수자가 몰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부 정책이 변하고 별 설명도 없이 기업이 파산한다. 차입금으로 자산을 산 투자자들은, 이자 지불액이 투자소득보다 커지는 순간, 부동산과 주식의 투매자로 돌변한다. 패닉이 일어난 것이다. 투매는 자산 가격의 급락을 초래하고 붕괴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자주 목격했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구근 투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1980년대 말의 일본이나 북유럽, 90년대 말의 미국과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보았다.
33년간 MIT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한 저자 킨들버거는 책에서 지난 400년 동안 전세계에서 일어난 수십 차례의 거품과 붕괴 사례를 소개하고 과거의 금융위기로부터 배우고 미래에 발생할 금융위기를 진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거품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초판은 1978년에 나왔으며 이번 번역본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로버트 알리버가 공저자로 참여해 지난해 출판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거품 논란에 휩싸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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