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게이트 수사가 검찰과 법원 간의 법리 충돌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그런 가운데 론스타 측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마녀사냥식 표적 수사로 인해 외국자본의 한국 투자의욕이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함과 동시에 국민은행과의 매각계약을 파기 선언했다.
● 특수층과 저질 외자집단의 결탁
그러나 이번 사태를 외자 대 반(反)외자의 선정적인 대립 구도로 몰고 감으로써 수사의 조기종료를 압박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이미 전면 개방된 시장으로서 국내외 자본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번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법과 원칙이 작동하는 '신뢰의 시장'임을 전 세계 투자자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자본시장은 특성상 매우 부서지기 쉬운 시장이다. 자칫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는 증서를 대상으로 불특정 다수가 자신의 귀중한 돈을 경쟁적으로 운용하는 시장이므로, 특정집단이 권력과 유착해서 부당한 이익을 노린다거나, 정보를 조작해서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자행할 수 있다면 선의의 투자자로부터 시장에 대한 신뢰는 하루 아침에 깨어지고 시장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된다. 바로 이 때문에 선진 각국의 감독 및 사법당국은 자본시장에 강한 법치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본 사건은 전국적인 규모의 외환은행을 은행법 상 인수자격이 없는 론스타 측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하면서까지 매각했다는 점, 그리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지배주주 자격을 취득한 후 외환카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국민 다수는 이런 불법 탈법의 과정에 불행히도 한국의 권력엘리트 층이 깊숙이 개입되었다고 믿고 있다.
즉, 개방이 대세라는 시대적 명분을 악용해서 사리사욕을 취하는 특수층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고 믿고 있다. 과거에는 재벌과 결탁해 사리사욕을 취하던 특수층이 이제는 개방을 빌미로 저질 외자집단과 결탁해 있다는 가능성은 한국의 자본시장이 확고한 개방으로 전진하는데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국내 자본시장이 국민의 믿음과 지지 속에서 크게 발전할 수 있느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밖에 없다.
흔히 자본시장에는 투기 세력이 개입할 수밖에 없고, 너무 맑은 물을 만들려다 보면 물고기가 살지 못하게 되므로, 투기 세력을 마치 필요악과도 같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실 자본시장에서 투기란 시장참가자의 대세와 반대 방향으로 거래를 감행하는 고위험 추구 행위로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을 가지므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투기정당화의 논리는 이번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다. 투기에 경제적 순기능이 있다고 해서 게임의 법칙을 지키기 않는 범법행위까지도 눈감아 주어도 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 국내외 자본 공존공생의 장으로
이처럼 투기와 범죄는 전적으로 별개의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주주자본은 연기금, 뮤추얼펀드와 같이 투자재원의 모집과 투자운용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투명한 기관투자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범죄행위를 자행하는 악질적 투기세력을 엄격히 단죄된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이 위축될 우려는 없다.
오히려 일부 저질 외국자본이 흐려놓은 혼탁한 인상을 차제에 불식함으로써 국내 자본시장은 양질의 국내외 자본이 공존 공생하는 선진 시장으로 새로이 태어날 수 있다.
이찬근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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