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명숙 총리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시위가 폭력으로 얼룩지자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국민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며 머리를 숙였다. 정부가 잘못을 사과하고, 향후 재발방지를 다짐한 것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취임한 지 얼마 안된 총리가 무슨 죄냐"는 동정론도 나왔다.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불법 시위와 폭력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평화는 길지 않았다. 두 달 뒤 포항에서는 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이 길어지자 한 총리는 다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역시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위의 와중에 건설노조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파업은 석 달 가까이 이어졌다.
한 총리는 24일 또 다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폭력시위에 대한 것이었다. 이날 담화 내용은 어느 때보다 강경했다. "더 이상 관용은 없다"며 "불법시위 주동자 뿐 아니라 적극가담자, 배후조종자까지 철저히 밝혀내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무리 메시지가 단호해도, 앞으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좀체 믿어지지 않는다. 정부가 불법 시위로 난장판이 된 후에야 강경 대응의지를 천명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처를 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왜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다른 정책처럼 불법시위에 강하게 맞서지 못하는가.
혹시 진압 도중 시위자 부상 등 불상사가 걱정돼 현장에선 미온적 대응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포함한, 보다 정교한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한다. 언제까지 담화만 발표하고 있을 텐가.
정치부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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