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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기계비평' 빨리 빨리… 우린 왜 기계에 끌려다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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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기계비평' 빨리 빨리… 우린 왜 기계에 끌려다니나

입력
2006.11.2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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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비평 / 이영준 지음 / 현실문화연구 발행, 288쪽, 1만7,500원

KTX는 발진 후 이내 시속 300㎞에 육박한다. 그러나 승객은 그 엄청난 물리량을 감지할 수 없다. 속도를 감추는 게 아니라,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기술 덕분에 그 마술은 가능하다. 책은 그 과정을 일컬어 “정직하고 고통스러운 엔지니어링의 과정”이라고 일컫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기 얹혀가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인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세례를 동시에 받은 중간자가 있다면, 기계 또는 테크놀로지도 해석되고 나아가 사유(思惟)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입지점이다. 자연과학과 미학을 모두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저자가 쓴 이 책의 제목은 두 상반 요소를 적절히 통합한다. 교통 수단, 항만 시설, 우주 여행 등에는 어떤 역사가 숨어 있고, 어떻게 인문학적으로 읽혀질 수 있을까. 인간의 성장 발달 단계에 ‘기계기’(machine stage)가 있다는 이론도 제기된다.

책은 ‘빨리 빨리’ 왕국인 한국에서 속도에 반(反)하는 패러다임을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느긋한 필리핀 선원, 제 때 승진 못할까봐 아등바등하는 한국인들을 대비하는 책은 소비자본주의에 책임을 묻는다.

그렇다면 기계 문명의 홍수속에서 인간이 취해야 할 바는 무엇일까. “무엇이든 작은 단위로 만들어 포장해서 간편히 소비할 수 있도록 해 버린” 소비자본주의에 대해 끊임없이 길항해야 한다고 책은 촉구한다. 지은이 이영준 씨는 서울대 자연대에 들어갔으나 미학과 대학원에서 하이데거에 심취, 지금은 계원조형예술대학 사진예술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의 사상적 편력을 방증하듯 본문에는 마르크스, 들뢰즈, 바르트 등이 적절히 인용돼, 매우 개성적인 인문학 서적이라도 보는 듯한 감흥마저 인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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