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가 의기양양하게 내 앞에 섰다. “엄마, 이 책은 엄마도 좋아할 거예요.” 아니 어쩐 일로 저렇게 두꺼운 책을 골랐을까 싶었다.
<오즈의 마법사> . 초록 표지를 넘기자마자 검은 회오리가 치고 올라왔고 내 눈도 휘둥그레졌다. 나의 반응에 더 신이 난 동아는 글도 읽기 전에 계속 책장을 넘겨댔다. 화려한 꽃들이 피어나고 풍차가 돌아간다. 거대한 에메랄드 도시에는 초록 안경을 써야만 보이는 비밀의 글씨가 숨어 있다. 곳곳에서 은빛 신발이며 사악한 마녀, 도로시의 친구들이 움직인다. 오즈의>
“우와-.” 그러나 냉정을 찾은 나는 살짝 책 뒷면을 살폈다. 헉. 3만8,000원. “이런 책은 한번도 안 사줬잖아요. 내가 스스로 골랐잖아요. 다음 학기에 <오즈의 마법사> 연극 하는 거 아시잖아요. 너무 읽고 싶어요….” 오즈의>
엄마의 망설임을 눈치 챘는지 동아는 그 책을 갖고 싶은 이유를 6개도 넘게 읊어댔다. 나는 슬쩍 아빠에게 책을 넘겼다. 모처럼 우리의 서점행에 함께한 아빠가, 그날 우리 세 식구의 저녁 외식 값보다 비싼 책값을 치렀다.
요즘 아이들의 책, 그림 재료는 물론 모양도 다양해졌다. 콜라주와 입체 책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어로 ‘풀로 붙이기’라는 뜻의 콜라주는 여러 재료를 화면에 붙여서 만드는 방법이다. 입체파 화가 피카소와 브라크가 1912년 콜라주 작품을 만들었고 그후 야수파 화가 마티스가 자른 종이를 붙여서 <재즈> 와 <춤>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종이, 사진, 옷감,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료를 자르고 오리고 찢고 꽉 눌러 화면에 붙인다. 서로 성질이 다른 재료를 함께 어울려 놓으면 생각치 못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콜라주는 나오는 사람이나 배경을 단순화하고 물체를 서로 이질되게 보여 주는 만큼 전체가 도드라지는 효과를 준다. 반대로 서로 다른 소재가 이색적인 어울림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춤> 재즈>
요즘 들어 옷과 이불은 천으로, 하늘은 사진으로, 비옷은 비닐로 만드는…, 화면 속 모습을 현실속에서 느끼는 감각 그대로 살려 표현하는 콜라주가 늘고 있다. 자기가 원하는 여러 가지 재료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이나 천 등을 오려 콜라주 작품을 만들어 보자. 색다른 재료들을 사용하면 만들기 놀이 같은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3차원, 4차원의 세계로 아이들을 옮겨 놓는, 보통 평면 그림책의 표현 방식을 벗어나는 입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움직이는 손, 발, 날개, 집체 등을 뜯어보고 싶게 한다. 내부의 비밀을 궁금해 하게 만든다. 도서관에 입체 그림책을 놓을 때마다 “이게 얼마 못 가지” 싶어 불안하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어떻게 헤쳐놓을지 모른다. <메이지> 시리즈는 6개월도 안돼서 표지만 남았더랬다. 메이지>
<겁쟁이 아기곰> <입이 큰 개구리> <코가 긴 돼지> 역시 마찬가지다. 돼지의 긴 코는 진작 잘렸고, 개구리의 입도 찢어졌다. 그때마다 풀로 붙이고 테이프로 수명을 연장시켰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코가> 입이> 겁쟁이>
나 같은 도서관 관리자에게는 골칫거리일지 몰라도 아이들은 당겨지고, 펴지고, 마구 길어지고 높아지는 입체 그림책을 좋아한다. 스스로 만드는 작은 책이라도 입체감 있게 만들기를 좋아한다.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관장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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