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만으로 로켓을 발사할 것. 주어진 것은 도르래 시소 용수철 도미노 수수깡 전기모터 기어상자 고무공. 15단계를 거쳐 로켓 점화버튼까지 구슬을 굴려라.’
5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가로 1.2m, 세로 2m 판에 둘러앉아 눈빛을 반짝였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창의력과 과학 지식뿐. 이들은 3만6,000여명 중 엄선된 10명의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후보들이다.
24일 경기 고양시 SBS탄현제작소 운동장. ‘스페이스 캠프’라고 명명된 이곳에서 10명의 후보들이 최종 4차 선발의 첫 관문인 합숙평가를 시작했다. 이날 테스트는 시작점을 출발한 구슬이 15개의 장치들을 거쳐 화약로켓의 점화 버튼에 떨어지게 하는 게임이다. 과학적 창의력과 팀웍을 보기 위한 것이다.
B조 최아정(24ㆍ여ㆍ서울대 물리학과 석사과정)씨는 “중ㆍ고교 때 배운 물리ㆍ화학 원리들이 이 판에 결집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우리 팀은 전기모터 사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최대 활용 여부가 중요한 평가 항목이기 때문이다.
23일 이들이 입소한 스페이스 캠프는 가상 우주 공간이다.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용무를 각각 10평 남짓한 숙소와 연구동에서 보내고 있다. 남녀 구분도 따로 없다.
점심식사는 밥 김치 두부조림 초콜릿 건빵 등이 우주식으로 준비됐다. 우주식은 중량과 부피를 줄이기 위해 건조한 뒤 진공포장하는데 포장을 뜯어서 물을 붓고 불려서 먹기까지 10분이 더 걸렸다.
25일에는 더 힘든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무중력과 비슷한 환경인 물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수중 실습, 우주환경을 견뎌내는 정도를 평가하는 ‘회전의자 테스트’ 등이다. 2박3일의 빡빡한 일정을 끝내고 나면 이 중 2명은 집으로 돌아간다. 이후 러시아 현지테스트에서 2명, 국내 대중친화도 평가에서 4명을 탈락시킨다. 최종 후보 2명은 12월 25일 결정된다. 마침내 오후 9시. 양팀의 구슬은 손수 만든 장치들에서 곡예를 부리다 점화 스위치에 떨어졌다. 로켓은 불을 뿜으며 100m 상공까지 치솟았다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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