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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식인 마을' 동서양의 석학 100명 한마을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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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식인 마을' 동서양의 석학 100명 한마을에 산다?

입력
2006.11.2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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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마을 / 장대익 등 지음 / 김영사발행ㆍ각권 180~272쪽ㆍ각권 9,500원

세계의 석학이 한 집에 두 명씩 산다. 또 그들이 사는 집 50채가 한 마을을 이룬다. 이름은 ‘지식인마을’. 그런데 마을 주민은 나라도, 살았던 시기도 다르다. 시간, 공간의 벽을 넘어 함께 사는 마을.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집도, 마을도 모두 가상의 공간이다. 실제로는 책, 바로 김영사의 <지식인마을> 시리즈다.

인문, 사회, 과학기술의 지식인 100명을 골라, 권당 2명씩 모두 50권에 실었다. 이 가운데 1차분 15권이 먼저 나왔다. 저자는 국내의 소장학자 36명. 한 시리즈를 위해 이 정도 저자가 1년 이상 매달린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한 책에 담은 지식인 둘의 관계가 특이하다. 다윈과 페일리, 공자와 맹자, 뉴턴과 데카르트처럼 대립하거나 영향을 주고 받았다. 두 지식인의 대립, 보완, 경쟁, 창조적 계승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책이 선정한 동서양의 대표 지식인 100명은 다시 촌장과 일꾼으로 나눠진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맹자처럼 학문의 개척자가 촌장이고 아인슈타인 하버마스 푸코처럼 그들의 뒤를 이어 자신의 분야를 일군 지식인이 일꾼이다. 한국 사상가 8명도 포함됐는데, 이황 이이 정약용 최한기는 촌장이고 신채호 함석헌 우장춘 석주명은 일꾼이다.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학문의 종합적 이해를 시도한 점이다. 학문 영역의 장벽을 깨고 수렴, 통합, 통섭을 꾀했다. 2권에서 철학자로 나온 데카르트가 10권에서 자연과학자로 다시 등장하고 11권에서 인지심리학이 경제학의 패러다임 전환에 끼친 성과를 담은 것은 그런 의도에서다.

1권 <진화론도 진화한다-다윈&페일리> 는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립 속에서 인간이 생명의 역사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보여주고, 문학, 철학, 경제학에서 응용되는 진화론의 현주소를 소개한다.

3권 <유학의 변신은 무죄-공자&맹자> 에는 예(禮)를 통해 혼란을 극복하려 한 공자와, 내면의 인(仁)을 발견하라고 역설한 맹자가 나와 유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지식정보사회의 도래를 예견한 미래학자 토플러는 4권 <현대기술의 빛과 그림자-토플러&엘륄> 에서 변화의 물결을 어서 타라고 주문하지만, 엘륄은 인간이 현대 기술의 하인으로 전락했다고 걱정한다.

6권 <도(道)에 딴지 걸기-장자&노자> 는 노자의 사상을 지배자를 위한 통치철학으로, 장자의 사상을 타인을 받아들이는 소통의 철학으로 구별한다. 8권 <우주의 대변인-세이건&호킹> 에서 천재 과학자 호킹은 우주 탄생의 수수께끼를 풀어주고, 세이건은 대중의 눈높이로 우주 현상을 설명한다. 12권 <세계화의 두 얼굴-부르디외&기든스> 에서는 적극적으로 반세계화 운동에 참여한 부르디외와, 세계화가 가져오는 경제적 기회 및 능동적 복지를 확신하는 기든스가 논리 대결을 편다.

13권 <아시아에서 과학하기-나가오카&유카와> 는, 일본인은 기술자는 될지언정 과학자는 될 수 없다는 편견을 딛고 훌륭한 과학자로 성장한 나가오카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유카와를 등장시켜 세계 과학의 중심으로 진입한 일본의 사례를 보여준다. 15권 에는 1953년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 생명공학 혁명의 출발점을 마련한 왓슨과 크릭의 성과가 들어있다.

최훈 강신주 손화철 박민아 조지형 등 저자들의 경쾌하고 깔끔한 문체가 책 읽기를 돕는다. 출판사와 함께 시리즈를 기획한 장대익 미국 터프츠대 방문연구원은 “지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새로운 호기심과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머지 35권은 내년 6월말까지 출판된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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