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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으로 얼룩진 反FTA 시위/ "생존 달린 문제" 지도부 통제 못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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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으로 얼룩진 反FTA 시위/ "생존 달린 문제" 지도부 통제 못미쳐

입력
2006.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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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는 최근 보기 드문 과격 불법행위가 판을 쳐 경찰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준법시위 약속은 무참히 깨졌고 전국은 폭력으로 얼룩졌다.

특히 서울보다 지방이 심했다. 죽봉과 각목(몸싸움), 돌(투석), 횃불(방화)까지 등장했다. 시위대는 통제가 안됐고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노동자대회를 통해 준법시위의 가능성을 열었던 집회문화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지도부와 현장의 괴리

서울 등 13개 시ㆍ도엔 올들어 가장 많은 7만3,700여명(경찰추산)이 총궐기대회에 참가했다. 집회를 주도한 단체는 한ㆍ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다. 270여 단체가 모인 임시단체로 하나의 목적을 공유하지만 단체마다 성격이 달라 결속력과 지휘체계가 약할 수밖에 없다.

지도부는 매주 투쟁방침을 정한다. 구심점인 민주노총 등이 최근 도심집회 때문에 교통혼잡 주범으로 몰리면서 어려움을 겪자 불법시위를 자제키로 뜻을 모았다. 실제 서울 집회는 전국빈민연합 등 일부 과격파가 도로를 점거하고 택시 기사를 때리는 등 폭력양상을 보였지만 대체로 온건히 치러졌다는 평이다.

그러나 지방은 최악이었다. 대전에선 시위대가 던진 횃불 때문에 충남도청 안의 향나무가 불탔고, 광주에선 시위대가 시청 마당 진입이 막히자 돌과 횃불 등을 던져 청사 유리 40여장이 깨졌다. 강원 춘천과 전북 충북 경남 제주 등지에서도 도청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는 지도부의 방침이 현장에선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김동규 범국본 정책팀장은 23일 “(지도부는) 준법시위를 계속 강조했지만 한미 FTA가 절박한 생존 문제인 하부(지방)에서는 실천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집결 집회가 정부의 불허로 무산되면서 각 지방에서 동시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지도부의 통제력을 약화시킨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지방에선 각목 죽봉 주류 빈병 등 불법시위 용품 1,300여점이 경찰에 압수됐다. 지방 시위 참가자들이 미리 불법시위를 염두에 뒀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지방의 한 범국본 관계자는 “원래 지역 상황에 맞게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면서 “(서울) 지도부 판단과 상관없이 도청 진입 계획을 미리 세웠다”고 인정했다.

농민의 울분이 실질적인 이유

집회의 주력은 전국적으로 4만3,000명이 모인 농민(58.3%)이다. 농민집회는 농한기인 11, 12월의 연례 행사다. 농민들은 줄곧 한미 FTA가 체결되면 100만 명이 넘는 농업 인구가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농민집회(1만명 참가)도 과격 폭력시위였다. 하지만 시위농민 사망사건이 불거지면서 그릇된 집회행태보단 경찰의 과잉진압이 비난을 받았다.

농민집회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경찰의 고민이다. 조직적이고 정기적으로 집회를 여는 다른 단체와 달리 1년에 한두 차례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시위를 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농민들은 보통 추위를 이기려고 음주 상태에서 집회를 하기 때문에 통제가 안되고 누군가의 우발적인 돌출행동에 우르르 몰려가는 군중심리 경향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 역시 선두에 선 일부 농민이 과격행동을 한 게 도화선이 됐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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