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간 끌어오던 론스타와 국민은행간의 외환은행 매각 협상이 23일 론스타의 일방적 파기 선언으로 결렬되자, “헤지펀드의 도를 넘어서는 행동에 대해 놀랐다”는 반응과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에 국제신인도에 악영항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협상 당사자였던 국민은행은 인수 재추진의 의지를 다졌다. 이날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파기 발표 직전에 론스타의 쇼트 부회장으로부터 통보 받았다”며 “이번 계약은 완전히 끝났다” 선언했다. 강 행장은 “그 동안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담담하다”며 아쉬움을 감췄다. 론스타와 계약협상 재개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검찰 수사가 끝난 다음에 재추진 여부는 론스타 측에 달려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부동의 1위를 굳히고 글로벌 뱅크로 도약하려던 국민은행의 중장기 전략은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국민은행만의 자산은 9월말 현재 216조원으로 우리은행(178조원)이나 신한은행(184조원)에 비해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외환은행은 리처드 웨커 행장 이름으로 “현 경영진 그대로 내부조직을 추슬러 나가겠다”는 짤막한 공식 언급 이외에는 공식반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외환은행은 론스타로부터 사전통보 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노조는 “국민 경제 전체 차원에서 바람직한 해결이 있길 바란다”며 독자생존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론스타의 계약파기 소식이 전해진 뒤 긴급대책 회의를 소집하는 등 당황하는 표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더 이상 합병 적격상 심사를 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국내 법체계를 무시하는 국제 헤지펀드의 태도가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주요 외신들도 론스타 매각철회를 긴급기사로 소개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로이터ㆍAPㆍAFP 등 주요외신은 사실보도와 함께 검찰의 수사상황 등을 자세히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매각계약 파기를 사실관계 중심으로 보도한 후, 한 국제투자은행의 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투자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위험에 빠졌기 때문에 의견을 말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외국계 사모펀드의 한국 투자가 올 들어 85%나 줄어든 것도 론스타 문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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