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전북 익산시 함열읍 석매리 매교마을. 이모(56)씨의 종계농장에서 의사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검출됐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마을은 의외로 조용했다. 일부 주민들은 기자에게 “외부인들이 많이 몰려왔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6,000여 마리의 닭이 폐사한 이씨의 농장 주변 분위기는 달랐다. ‘출입금지’라는 통제팻말이 나붙은 농장 입구와 농로 곳곳에 희뿌연 소독약품까지 뿌려져 있으며 방역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농장으로부터 50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검역소에서는 전북도와 익산시,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나온 10여명의 방역원들이 흰 가운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입을 막았다. 이씨는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지난해에도 다른 질병이 돌아 크게 손해를 봤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마을에서 삼계탕용 육계 7만5,0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의택(62)씨는 “시에서 의사 AI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고 이른 아침부터 소독을 했다”면서 “뾰족한 대책도 없고 너무 겁이나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초비상이 걸렸다. 닭의 폐사 상태 등으로 미뤄 관련 병원체가 ‘고병원성 AI’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도는 25일 진성판정이 나면 현재의 통제선을 반경 3㎞로 확대하고 이후 확산 상태 여부에 따라 반경 10㎞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반경 10㎞ 이내에는 종계장과 부화장, 양계장 등에서 키우는 닭이 무려 500만 마리에 달해 축산농가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익산 인근 지역 자치단체들도 초비상이다.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충남 천수만 주변 서산시와 홍성군은 당장 가금류 사육농가에 대한 방역과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감염 가축 발견 시 가동할 비상연락망도 점검하고 있다.
전북도와 익산시는 이번 의사 AI의 불똥이 자칫 국내 최대 육가공업체인 ㈜하림에 옮겨 붙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함열읍에서 사육되고 있는 닭은 대부분 하림에 납품되고 있다. 하림 측도 이날 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전 직원이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전국적으로 600여 개의 계열 농가를 거느리고 있는 하림은 우선 익산시내 농가에 소독과 출입통제를 지시했다. 하루 30만~35만 마리를 가공해 국내 생닭 시장의 22%를 공급하고 있는 하림은 2003년 AI로 매출의 70%가 급감,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
하림 관계자는 “이번 의사AI는 종계(씨암탉)사육농가에서 발생, 닭 가공에는 지장이 없어 평소처럼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구 전북도 농림수산국장은 “현재 의사AI로 판정된 만큼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500m의 도로를 통제하고 있지만 진성으로 판명되면 농림부와 협의해 통제선을 더욱 넓힐 방침”이라며 “고병원성 AI는 인체에도 감염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사고현장 인근 통행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익산=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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