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23일 외환은행 매각 계약 파기를 선언한 배경과 관련, 해석은 다양하다.
그 동안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계약 파기가능성을 거듭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이 경우 론스타의 기회비용도 커 실제 계약파기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론스타가 계약파기 카드를 던진 것은, 어차피 매각대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배당을 통해 수익을 회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외환은행이 계속 성장세를 걷고 있는 만큼, 다시 외환은행을 추후 매물로 내놓더라도 언제라도 제 값을 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도 한 것 같다.
일단 론스타의 계약파기는 다른 대안이 있어서가 아니라, 배당실시를 위한 수순 측면이 강하다. 또 론스타가 올해 외환은행 주식의 콜옵션 행사를 위해 8억5,000만달러를 빌려 매달 45억원의 이자를 내며 상당한 금융비융을 부담해온 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론스타는 그 동안 국민은행에 대해 금융비용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국민은행이 거부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배당금회수를 위해 계약파기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민은행과의 계약 때문에 단독으로는 배당을 할 수는 없다. 사실 배당은 론스타 자신에게도 손해다. 외환은행의 가치가 30%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에게도 돌아가게 돼 이익이 분산되는 셈인데, 지난해 론스타가 매각가격을 높이기 위해 배당을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배당을 받으려는 것은 그 만큼 론스타의 자금압박이 심하다는 반증이다. 외환은행은 배당 가능금액이 2조원 정도 수준으로 추정되며, 전액 배당할 경우 론스타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지분율(64.62%)에 해당하는 1조2,000~1조3,000억원 정도에 달한다.
더불어 론스타는 또 정부나 국제 금융시장에 보내는 상징적 메시지도 노렸을 수 있다. 국민은행과의 딜을 깨뜨림으로써 한국의 반(反)외자정서를 국제적으로 부각시켜, 국제여론의 지원을 얻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외환은행이 올해도 1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등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론스타로선 향후 매각성사와 가격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 만큼, 국민은행과 재협상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판단도 섰을 것이다.
하지만 론스타의 기대와는 달리, 올 3월 매각 협상 때처럼 국민은행, 하나금융, DBS가 경쟁을 벌이면서 매각가격이 급등했던 상황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란게 국내 금융권의 시각이다. 한 금융계 인사는 “3월 상황은 그 때일 뿐이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며 “론스타 문제로 인해 외환은행 자체가 부담스런 매물이 된 만큼 당시처럼 과열경쟁이 벌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민은행은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도 있다. 이번 계약파기가 론스타에게 자충수가 될 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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