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마지막 건설교통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용섭 내정자는 ‘세제 분야의 그랜드슬래머’, ‘참여정부 혁신의 상징’ 등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고 있다.
전남 함평과 전남대 출신의 이 장관은 인맥이나 학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었지만 실력으로 이를 극복해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실제 이 장관을 제외할 경우 국세심판원장,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국세청장이라는 세제 분야의 4대 요직을 모두 거친 경제관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내정자는 세무관료 중 4대요직을 모두 거친 그랜드슬래머는 자신이 유일하다는 점을 지인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이 내정자는 참여정부 들어 ‘혁신의 선봉’ 역할을 담당하면서 승승장구했다. 각종 추문으로 비틀거리던 국세청을 2년 동안 맡으면서 개혁 작업을 주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국세청장 재직 시절 외부청탁을 차단하기 위해 휴대폰을 없애고, 그토록 좋아했던 골프를 끊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이 같은 혁신역량과 자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청와대 혁신관리수석에 발탁됐고 이후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등 중용됐다.
관가에서는 이 같은 화려한 이력이 향후 부동산 정책 추진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이 세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세금폭탄’ 등 기존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인해 1가구1주택자 등에 대한 보유세 및 강남권 공급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야당 등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장관은 행자부 장관 재직시절 “공급확대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재경부와 건교부간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재경부 주도로 공급확대나 후분양제 연기 등 보다 시장친화적인 정책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장관이 기존 방향을 고수할 경우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의 공직 입문 시점(행정고시 14회)이나 관가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권오규(행시 15회) 경제부총리에 밀리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장관은 권 부총리의 공직 입문 선배일 뿐 아니라 재경부내에서의 1급 승진 시점도 더 빨랐다”라며 “재경부의 의견을 순순히 따르기 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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