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우리나라 3대 종교 중 불교를 믿는 인구는 3.9%, 천주교는 74.4% 증가한 반면 개신교는 1.6% 감소했다.
왜 개신교 인구는 줄고, 천주교 인구는 크게 늘었을까. 그 원인을 교회를 다니다 성당으로 옮긴 개종자들에게 직접 알아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신교계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ㆍ실천신학대학원 교수)는 30일 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톨릭 성장’ 주제의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 교수와 이승훈 한림대 연구교수가 함께 진행한 이 연구는 개종자 16명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개종자 연구로는 국내 처음인데, 서울 시내 한 성당의 도움을 받아 30~70대 여성 14명을 심층면접하고 50대 남성 2명을 서면 조사했다.
왜 교회를 떠났나, 왜 천주교에 끌렸나, 두 방향에서 질문을 던져 나온 답변은, 거칠게 요약하자면 ‘교회에 질려서, 가톨릭이 좋아 보여서’다. 이들은 강요하는 교회, 자리 싸움하고 외형에 치중하는 등 세속에 찌든 개신교가 싫다고 답했다. 반면 천주교는 성스러워 보이고, 융통성 있고, 자유롭고 품위있게 종교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개신교에 대한 이들의 반감은 그대로 한국 교회의 일그러진 초상이다. “천주교는 묵상을 강조하는 데 반해 개신교는 덮어놓고 믿으라고 한다” “ 교회 안에 헌금 그래프까지 그려놓고 헌금을 많이 내라고 강요하더라” “교인들이 장로나 권사가 되려고 선거운동 하는 모습에 질렸다” “예배에 한 번 빠지기라도 하면 죄인 취급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며 사생활까지 마구 파고드는 교회가 불쾌하다” “막무가내식의 지나친 전도, 자기 교회에만 나오라는 강요 등이 피곤하다” 등등. 역사학 박사인 한 여성 개종자는 교회를 ‘시댁 같은 곳’이라며, ‘사모님 없는 교회, 밥 안 먹는 교회’를 찾아보니 그게 바로 성당이더라고 했다.
이들을 성당으로 이끈 가장 큰 힘은 ‘천주교는 성스럽다’는 인상이다. ‘화려하고 활기차지만 시끄럽고 가벼운’ 교회 분위기와 달리 성당은 엄숙해서 그 안에 있으면 감동을 느낀다고 했다. 천주교 성직자와 신자들의 생활 모습도 좋게 보고 있다. 이들은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는 목사들이 아무래도 돈 문제 등에서 세속적일 수 밖에 없는 데 반해 독신을 지키는 신부와 수녀들은 더 성스럽다” “교회 내 직분을 놓고 다투는 개신교와 달리 천주교 직분은 임기제라 개끗하고 암투도 없어서 좋다” “개신교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반면 천주교는 포용적이고 관대하다”고 했다.
연구를 진행한 두 교수는 개종자들이 갖고 있는 두 종교에 대한 상반된 이미지 못지않게 상당수가 큰 갈등 없이 개종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말한다. 개종자들은 개신교와 천주교는 형제종교이며 “두 종교의 차이는 ‘하나님’과 ‘하느님’의 차이 밖에 없다”고 했다. 애초부터 개신교인으로서 종교적 정체성이 약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이에 대해 두 연구자는 “현대인들에게 종교는 더 이상 실존 차원의 중대 결단이 아니라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선택임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표본이 크지 않고, 여성에 집중됐으며, 성당에서 교회로의 반대 방향 개종에 대한 연구가 아직 없어 대조해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바람직한 종교의 모습을 생각케 하는 자료로서, 개종자들의 목소리는 새겨 들을 만 하다. 이는 신자수 감소를 겪으며 ‘교회 위기론’을 부르짖는 개신교 뿐만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른 선교 전략을 고민하는 모든 종교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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