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재벌의 지배주주 일가가 회사기회를 유용해 모두 2조5,000억원의 벌어들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3일 ‘회사기회 유용을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富) 증식에 관한 보고서’에서 국내 주요 기업집단 지배주주 44명의 회사기회 유용을 통한 재산 증가액을 주식평가액과 배당수익, 주식매각액 등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이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약 17배의 재산을 증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법무부가 ‘회사기회의 유용금지 규정’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을 발표하자 재계는 기업활동 위축을 이유로 크게 반발해 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배주주 일가의 부 증식 규모는 순자산가치로 총 2조5,102억1,9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상대가치 기준으로 계산하면 총 3조212억5100만원으로 늘어난다. 반면 이들이 처음에 투자한 금액은 총 1,471억500만원에 불과했다.
유형별로 보면 주식평가액이 2조1,581억2,6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배당수익이 1,314억3,400만원, 주식매각에 따른 차익이 약 3,677억6,5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44명 중 17명은 배당수익만으로도 투자금 전부를 회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산을 가장 많이 불린 개인은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으로 56억5,600만원을 투입, 6,387억8,600만원(순자산가치 기준)을 벌어들였다. 다음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4,179억6,500만원)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3,521억2,500만원)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2,505억2,200만원) 순이었다. 기업집단별로는 현대차그룹 지배주주(정의선, 정몽구)의 증식 규모가 1조567억5,100만원(전체의 42.10%)으로 가장 컸다.
김 소장은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일부 재벌의 회사기회 유용을 통한 사익추구 행위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번 상법 개정에서 회사 기회의 유용 금지 조항이 반드시 명문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Key Word/ 회사기회 유용(Usurpation of Corporate Opportunity)
이사 경영진 및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지배주주가 회사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으로 편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상법상 '이사 충실의무' 조항을 구체화한 것으로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회사 이익이라는 개념이 모호해 자칫 소송 남발과 경영 활동 위축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