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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지준율 전격 인상 왜? 금리로 통화조절 힘들자 녹슨칼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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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지준율 전격 인상 왜? 금리로 통화조절 힘들자 녹슨칼 꺼내

입력
2006.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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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또 한번 ‘깜짝 카드’를 꺼냈다.

1996년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던 ‘금융기관의 예금 지급준비율 조정’이란 녹슨 칼을 꺼내든 것이다. 지난 8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콜금리 목표를 4.5%로 상향한데 이어, 이달 초 금리 상승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커지는 상황을 외면한 채 동결을 결정한 뒤 불과 2주만에 또 시장을 놀라게 했다. 콜금리를 통해 통화량을 조절하겠다는 한은의 통화정책 기본원칙도 무시됐다.

이 총재는 금융시장의 자율성 훼손을 무릅쓰고서 지준율 상향이라는 무리수를 둔데 대해 “금리와 통화 즉 유동성과 관계는 기계적이지 않다. 콜금리 목표가 4.5% 유지될 때 유동성의 증가 속도가 몇 %라고 하는 것은 획일적으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직접적으로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는 지준율 상향을 택했다”고 해명했다. 콜금리 목표를 지난해 10월 이후 5차례에 걸쳐 1.25%포인트나 인상했으나, 최근 들어 은행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등 금리를 통한 통화량 조절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 몇 년간 공개시장조작을 위한 통화안정증권 발행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 올 상반기말 현재 잔액이 157조4,600억원에 달했고 그 이자비용만 한해 6조원이 넘어 한은 통화조절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재가 지준율 카드를 꺼낸 또 하나의 이유는 유동성 축소와 올해 예상 적자가 2조원에 달하는 한은의 열악한 수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준율 인상은 통화량 축소를 위한 한은의 통안증권 발행 부담을 은행의 대출규모 제한에 전가하는 효과가 있다. 즉 은행수지가 악화되는 대신 한은의 수지에는 도움이 된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지준율 인상이 은행 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에 수지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은 분명하지만 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다. 1996년 이전에 지급준비율이 상당히 높았는데 그 뒤 지급준비율을 낮추면서 한은의 금융기관에 대한 여신도 많이 줄었다. 지금 지급준비율을 올린다고 해도 10년 동안 일어난 상황 변화를 사후적으로 조절하는 정도로 볼 수 있다.”

-지준율 조정 정책을 다시 사용할 수도 있나?

“정상적인 통화신용정책은 콜금리로 하지만 은행의 해외자금 도입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이례적인 금융현상이 일어날 때는 다른 수단이 있다면 쓸 수도 있는 것 아니냐. 하지만 지준율 변화를 통화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거나 자주 사용할 생각은 없다. 지준율을 통화정책수단으로 사용하는 국가도 거의 없다.”

-지준율 상향이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그 영향이 얼마나 될지 예상할 수 있는 자료는 없지만, 콜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는 것보다는 금리인상 효과가 작을 것이다.”

-이번 지준율 인상과 다음달 콜금리 정책과의 상관관계는?

“이번 조치가 금융기관의 여신팽창 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도움이 될 것이지만, 12월23일 이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그 효과는 12월 콜금리 결정 이후에 나타날 것이다. 다음달 콜금리 목표는 그 때까지 진행된 경제 상황에 따라 다시 정할 것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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